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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프레소 의미

여행가서

작성자카페지기|작성시간23.05.20|조회수56 목록 댓글 2

여행가서
조금 유치해도 좋다.

조금 더 일탈해도 괜찮다.
여기에서는 누구의 아내, 누구의 할머니, 누구의 아빠, 이런 말꼬리는 떼어버려도 된다. 그저 나 하나로만 살아도 되는 해방구다.

오랜시간 살아오며 끈질기게 달고 따녔던 꼬리표다. 감옥처럼 갇혔고, 이름표처럼 붙어다닌 나 외에 또다른 이름들......이제 잠시 내려놓는다고 누가 핀잔하거나 허물할 사람 없다.

열심히 살아온 우리였다. 시어머니를 모시는 마지막 세대이며 며느리와 자식들로부터 버림 받는 원년의 자리, 열심히 살아 온 보상은 없다. 스스로 찾지 않으면 누가 만들어 주지 않는다.

하지만 어느덧 인생은 환진갑을 선물로 안겨주었다. 즐기고 느끼고 환장하도록 신나게 놀아보지도 못했는데 벌써 예순세대란다! 다리도 아프고 무릎이 시리다. 허리도 시원찮다.

스마트폰을 들고다니긴 하지만 고작 카톡으로 문자질이나 하고 전화 주고 받는 것 밖에 모른다. 우리가 경험하고 알고 있는 것은 젊은이들에겐 고물상의 너부러진 고철더미다. 그러니 존경도 받지 못한다.

산업역군이니 하는 칭송도 이젠 옛말이다. 누가 불러주지도 않고 할 수 있는 일도 없다. 그저 김밥 두 줄 들고 후줄근한 배낭 하나 메고 야트막한 산에 오르는 게 전부다. 어쩌다 또래 친구들을 만나면 쇠주 한 잔으로 모든 것을 풀어낸다.

그렇다. 조금 과장되고 지나친 표현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지금 우리세대가 안고 있는 현실이다. 나의 기분도 그렇다. 예전의 하늘이 아니고 예전의 바다가 아니다. 예전의 몸은 더욱 아니다.

그래서 떠나왔다. 이대로 주저 앉은 채 낡은이 소리를 들을 수 없기에 무리인 줄 알면서도 힘을 내었다. 아직도 우리는 살아 있고, 담보된 생년이 얼마나 더 연장되어 있는지 모르겠지만 아직 우린 할 수 있다.

일곱 시간의 기차를 타고 짤스부르크에 왔다. 알프스를 끼고 있는 탓으로 날씨가 장난이 아니다. 바람까지 불어 체감 온도가 영상 10도 아래다. 초여름이란 말이 무색할만큼 쌀쌀하다.

그래도 좋다. 설령 여기에 비까지 온대도 좋다. 비가 오면 우산 쓰고 놀면 된다. 바람이 불면 실내장식이 멋진 카페 안으로 들어가 커피와 크로와상만으로도 좋다.

지금 우리가 밟고 있는 시간과 이 땅에서 마음껏 미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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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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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순옥 | 작성시간 23.05.20 공감가는 글이면서 먹먹해지는 이유는
    뭘까요?
  • 답댓글 작성자카페지기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3.05.20 편안한 맘으로
    즐기세요.
    지칠때까지
    다니시고요
    황 신부님 말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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