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그냥 살기로 했다
멀리 있는 그대
사라진 기억
잊혀진 추억
그리운 이름까지
잡으려고 애를 쓰지 않기로 했다
결핍으로 가득한 사연 적힌 노트는
더 이상 펼쳐 보지 않고
애써 마음을 가두지도
재촉하며 서두르는 일도
하지 않기로 했다
이래도 세상은 변하지 않고
그래도 삶은 따스한 채
사계를 넘나든다
부족한 것에 아파하지 않겠다
느린 것에 애태우지도 않겠다
잠시 낡은 의자에 앉고
가끔 독한 허기와
쓰라린 목마름에 눈물이 나도
나의 자리
나의 만남
나의 하루를
따스하게 안아주겠다
말과 말 사이
표정과 표정 사이에서
눈치를 보는 일은 하지 않겠다
흉터를 핥아 치유하는 어미소처럼
방향이나 주변에 휘말리지 않고
내가 사랑하는 것들에
보다 더 충실해야겠다
실수는 실수 대로
실패는 실패 대로
세상은 아름다웠다고 되뇌이면서
살아온 흔적과 살아갈 목표에
더 많은 여유를 선물해야겠다
언젠가는 아침 창문을
열지 못할 때가 오겠지
태양은 일그러지고
달이 문들어지는 날도 오겠지
그리운 이름들마저
차츰 기억에서 멀어지고
잊혀진 것을 그런대로 잊고 사는
그런 날도 오겠지만
눈물을 닦지 않겠다
울음을 그치지도 않겠다
그냥 살기로 했다
못생긴 옛 얼굴을
깨진 거울속에서 꺼내
따스하게 안아주면서
이젠
걱정하는 일보다
설레이는 일을
더 많이 만들고 싶다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