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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프레소 의미

여행에도 정신이 있더군

작성자카페지기|작성시간23.06.04|조회수75 목록 댓글 6

# 여행이야기

여행에도 정신이 있다.
배낭여행을 하면서 부족함을 느끼지 못한다면 그건 배낭여행이 아니다. 배낭여행이란 배낭만 메고 다닌다고 배낭여행이 아니다.

물질로서 다 하지 못하는 가슴의 이야기를 품고 다닐 수 있어야 한다. 비록 경제적으로 여유를 갖고 있다할지라도 조금은 비운 그래서 뭔가 허전하고 외로운 듯한 영혼으로 삶의 자리를 더듬어 가는 것이 배낭여행이리라!

4년 전, 같이 여행한 사람이 있었다. 그때도 일행 다섯 명과 동유럽과 발칸반도 그리스까지 여행을 같이 하였는데, 그는 비용을 규모 있게 아주 잘 쪼개서 쓰는 사람이었다. 작은 동전 하나도 헤프게 쓰지 않았다. 국경을 넘어 갈 때는 일행들 주머니에 있는 동전을 모두 모아 비스킷을 사기도 하고 아니면 만나는 집시 아이들 손에 쥐어 주기도 했다.

10유로 안팎의 호스텔 도미토리에서 잠을 자면서도 전혀 불편한 기색을 보이지 않았고, 2유로짜리 케밥만 점심 저녁으로 연이어 먹으면서도 많이 웃고 즐겁게 여행했다.

나중에 여행을 마치고 인사동에 다시 모여 뒤풀이를 하면서
여행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데 그런 고생은 처음이었다고 한다. 여행하는 동안에는 단 한 번도 불편이나 불만을 토로하지 않았던 그였다.


그러면서 하는 말, 여행하는 동안 잠시나마 겪은 궁핍과 어려움들이 늘 풍요롭게만 살아왔던 자신에게 많은 깨달음을 주었다는 거였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의 남편은 대기업의 임원이었고, 재산 만도 수 백 억을 가지고 있는 부자였던 것이다. 지금도 가끔 그를 만나고 있는데 언젠가 다시 함께 여행할 수 있는 날을 기다린다고 한다.


있어도 없는 듯, 넉넉히 소유하고 있어도 조금 모자란 듯 비우며 다니는 것이 배낭여행이다. 빨리빨리에 익숙한 우리의 습관을 조금 풀어 놓고 슬로우 시티를 체험하고, 하고싶은 대로 다 할 수 있었던 일들이었지만 타지 임을 깨달아 자제하고 억제하면서 인내를 배우는 것이 배낭여행이다. 삶을 송두리째 그렇게 살 수는 없지만 가끔이라도 한번씩 비움의 길을 떠나고 싶다는 것이 그의 말이었다.


그래서 배낭여행자는 마음의 여유가 있어야 한다. 기차를 놓쳤어도, 버스가 오지 않아도, 다음을 기다릴 수 있어야 한다. 단체로 움직이는 일이야 그럴 수는 없지만 조촐하게 한 두 명이 떠나는 여행에서는 숙소까지도 당일 도착해서 잡을 수 있을 만큼 느긋해야 한다.


지금 우리 밴드에 있는 대부분이 그럴 것이다. 나를 비롯한 5,60대 되는 사람들은 여유를 모르고 살아온 게 사실이다. 산업 발전의 중심에 서서 더 많이 더 빨리를 미덕으로 삼으며 살아온 청춘이다. 더욱이 여행이 뭔지는 최근에서야 알았고 그것도 여행사에서 짜 놓은 대로 따라다니는 것이 전부였다.


로마 광장에서도 시간에 쫓기어 사진만 겨우 찍고는 돌아서고, 상시 연주가 있는 비엔나 오페라 하우스에서 멋진 오케스트라 연주 한번 감상하지 못하면서도 비엔나 여행을 했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 밴드를 찾아왔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나 역시 그런 사람들의 마음을 충분히 헤아려 밴드를 만들었고 여행도 계획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배낭여행을 한다면서도 습관은 패키지 여행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빨리 보고 가자, 여기는 볼 것이 없어, 이까짓 것 보려고 여기에 온 거야?

여행은 말 그대로 나그네의 행보다. 미리 갈 곳을 정해 놓고 다니는 사람은 나그네가 아니다. 그것은 업무 차 다니는 사람이다. 그러므로 보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다니는 과정이 목적이어야 여행이다.


이런 기본적인 마음이 선행되어야만 비로소 배낭여행자가 된다. 내가 그동안 많은 사람들을 인솔하면서 듣던 불만 중 하나가 왜 이런 데를 데려왔느냐 하는 거였다. 아니면 뭐 이런 곳에 며칠씩 머무느냐 는 불만이었다. 한번은 비엔나 시립 공원묘지를 일행들과 같이 갔다. 그곳은 비엔나를 여행할 때마다 들르는 곳인데……모짜르트와 베토벤 요한 스트라우스와 그의 아내 등, 유명한 음악가들이 묻혀 있다. 자기 아버지 산소에도 안가는 사람인데 그까짓 음악가 무덤이 내게 무슨 소용 있냐면서 불평하는 사람이 있었다.


물론 당일 아침에 분명히 비엔나 시립 공원묘지에 대해 설명을 했다. 하지만 자기 혼자서 여행을 할 수 없기에 일행을 따라 다니면서 뒤에서는 이런 말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런가 하면 비록 영어는 잘못하지만 자기 혼자 마음대로 여행을 해 보겠다는 사람들도 많았다.


여행에는 왕도가 없다. 어떤 여행이 최고이며 이렇게 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말할 재간이 없다. 만약 그렇게 왕도가 정해져 있고 해답이 분명한 여행이 있다면 그것은 여행이 아니다. 사업일 뿐이다. 각자 삶에서 느끼고 바라던 것들을 잠시 어렵게 만든 기회를 통해서 자유롭게 느낄 수 있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시간이다. 그 시간을 누가 어떻게 사용하느냐는 문제는 각자의 몫이다.


다만 아직 경험이 없는 사람들한테는 이런 자유가 오히려 부담이다. 자유도 그것을 누릴 수 있는 사람에게만 자유다. 하지만 자유란, 누릴 수 있는 방법이나 과정에 대해 누가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방법이나 과정 모두가 스스로 다짐하고 배워야 한다. 그 중심에는 첫 째가 마음가짐이다. 자유는 스스로 쟁취했을 때 가장 보람있고 대견스럽다. 항공권을 저렴하고 구하고, 숙박 앱 사용하는 방법을 배우고, 구글맵을 이용하는 기술적인 문제는 그리 어렵지 않다.


오늘 이 시간을 통해 내가 우리 밴친들을 향해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자기만의 여행을 만들어야 한다. 비록 아직 용기가 나지 않아 단체로 여행을 떠났다 할지라도 그 속에서라도 자유를 찾아나서야 한다. 뭉쳐 다니는 것을 선호하지 말고 가급적 혼자서 여행할 수 있는 반경을 만들어 행동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이 준비다. 영어 단어를 한 두 개씩이라도 매일 공부하고, 세계 지리와 역사에 대해 틈틈이 관심 갖는 일부터 시작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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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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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댓글 작성자카페지기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3.06.04
    감사합니다
    이제도 늦지않았다는.
  • 작성자정연아빠 | 작성시간 23.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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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댓글 작성자카페지기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3.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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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카페지기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3.06.04 ' 자유도 그것을 누릴 수 있는 사람에게만 자유다.' 라는 말에 공감합니다
    패키지던 배낭여행이던 간에 그 속에서 자유를 찾는것은 본인들의 몫이죠.
  • 작성자나유미 | 작성시간 23.06.05 여행이
    사람을 살리는
    좋은 요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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