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스크랩] 경계없는 레시피의 매력, 미쉐린 레스토랑 세븐스도어

작성자배길카페여행|작성시간23.12.03|조회수183 목록 댓글 0

경계없는 레시피의 매력, 미쉐린 레스토랑 세븐스도어

 

디에디트  2023. 10. 11.

 

안녕! 1년에 200번 이상의 파인다이닝을 하는 줄리아야. 먹는 게 일이지. 디에디트를 통해 서울의 모든 미쉐린 레스토랑 방문기를 연재하게 되어 반가워! 30여 곳이 넘는 서울의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 중, 첫 번째로 소개할 곳은 김대천 셰프가 이끄는 세븐스도어야.

 

파인다이닝의 즐거움은 ‘무슨 요리가 나오나’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해. 셰프에 대한 이야기가 빠질 수 없지. 한 끼 수십만 원에 이르는 요리는 당연히 ‘좋은 재료’로 ‘잘 만든 음식’이어야 하겠지만, 단순히 먹을 것으로만 바라보면 많은 부분을 놓칠 수 있어. 파인다이닝은 음식을 매개체로 셰프라는 한 명의 예술가가 선보이는 하나의 표현이자, 때로는 공연이 되기도 하거든.

 

김대천 셰프는 어떤 사람일까? 

 

지금은 조리복을 벗은 모습을 거의 보기 힘들지만, 십 대 시절에는 요리는 꿈도 안 꿔 보았다고 해. 록 음악을 좋아하던 드러머였지. 가까운 나라 일본에서 음악을 더 본격적으로 배워 보겠다고 스물네 살에 일본으로 갔는데, 일본은 어딜 가든 맛있는 곳이 정말 많잖아? 그 때문이었을까, 그래서 평생의 직업을 요리로 삼게 되었어.

 

일본의 동경조리학교를 다니며 늦은 나이에 요리를 시작하고 일식부터 프렌치 파인다이닝 레스토랑까지 다양한 곳에서 경력을 쌓았어. 그래서일까, 셰프의 요리에는 아주 맛있는 파스타, 마치 스시야처럼 잘 숙성된 생선, 그리고 섬세한 프렌치 테크닉까지 경계 없는 레시피가 자유롭게 등장해.

 

세븐스도어, 일곱 번째 문을 열다

일본 생활을 뒤로 하고 한국으로 돌아온 김대천 셰프는 다양한 레스토랑에서 일을 한 뒤, 딱 10년 전인 2013년에 ‘내 요리를 하겠다’는 마음으로 톡톡(Toc Toc)을 오픈했어. 당시에 캐주얼 다이닝(Casual Dining)이라는 장르를 국내에 처음으로 정착시켰다고 할 수 있지.

 

묵직한 분위기나 격식, 어깨에 힘을 빼고 미식을 즐기자는 의미로 20대 젊은 미식가들은 물론 50대 아저씨도 편하게 미식을 즐기러 올 수 있는 공간이었거든. 하지만 항상 꿈은 앞으로 전진하는 법이니, 한 단계 더 세련되고 정교한 미식 경험을 만들고 싶은 셰프의 마음은 2020년 세븐스도어로 이어졌어.

 

이름이 특이하지! 일곱 번째 문. 무슨 뜻일까? 다섯 가지 맛에 시간을 품은 발효와 숙성을 지나, 식객이 열게 되는 일곱 번째 문이라고 하더라고. 그래서 세븐스도어로 들어가는 입구는 여섯 개의 기둥을 지나, 일곱 번째 문으로 들어가도록 디자인이 되어 있다는 사실!

자, 이제 본격적으로 식사를 시작해 볼게. 일단 자리에 앉으면 프랑스의 명품 접시, 베르나르도가 쇼플레이트로 세팅되어 있어. Vik Muniz와 Tal Danino가 컬래버레이션 페트리(petri) 컬렉션인데, 박테리아를 확대경으로 본 사진에서 착안했다고 해. 세븐스도어가 발효와 숙성을 테마로 하는 것과 참 잘 어울리는 플레이트지!

 

코스의 시작은 ‘잣죽’이야. 계절에 따라 죽은 늘 바뀌어. 대천 셰프는 어린 시절을 떠올릴 때, 특이하게도 엄마가 아닌 아빠가(!) 해주신 죽이 그렇게 늘 마음속에 남아서 따뜻한 기분을 준다고 하시더라고. 그 사랑을 담아, 첫 코스는 ‘죽’에서 시작해. 고소하고 진한 따스함이 참 좋았어.

두 번째 애피타이저는 여러 가지 작은 요리들이야. 발효와 숙성의 맛을 다양하게 느낄 수 있는 한입 음식들이 준비되는데, 바삭한 것부터 부드럽고 녹진한 것까지 다양한 식감과 짜고 달고 담백하고 새콤한 맛을 다채롭게 느낄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어. 여기에 샴페인 한 잔을 곁들이면 더할 나위 없지.

첫 요리는 ‘초당 옥수수 바바루아’와 꽃게. 여름 시즌의 마지막 주에 방문했더니, 여름의 끝자락을 가득 느낄 수 있었어. 재미있는 건 이 초당 옥수수가 셰프님이 직접 농장에서 재배한 것이라는 사실! 예전부터 김대천 셰프님은 다양한 색의 무처럼 국내에 흔치 않은 종자를 도입해 농장과 계약해 신품종을 직접 재배해 온 ‘진짜 오타쿠’거든.

바바루아는 원래 우유, 달걀, 설탕, 향료, 젤라틴 및 거품을 낸 생크림으로 만든 프랑스식 디저트인데 대천 셰프는 이걸 애피타이저로 활용했어. 부드럽고 달콤, 고소한 초당 옥수수와 게살이 어우러지니 애피타이저로도 좋아.

그리고 주먹보다 조금 작은 스타우브에 따끈따끈한 쌀누룩빵이 담겨 나와. 여기에 매실청과 비정제 들기름을 함께 내어주는데, 매실의 새콤하면서도 입에 착 감기는 풍미와 들기름의 은은한 고소함이 정말 잘 어울려. 이탈리안 레스토랑에 가면 빵과 함께 발사믹과 올리브 오일을 주는 것과 비슷한데, 이건 한국 버전이라고나 할까. 폭신폭신한 빵을 소스에 찍어 먹으니 어느새 다 먹어 버렸네.

다음으로는 숙성 줄전갱이. 생선은 계절과 시장 상황에 따라 늘 바뀌는데 소스가 아주 익숙한 맛이야. 쌈장! 나는 어릴 때 부산에서 살았는데, 부산에서는 회를 초장이나 간장보다는 양념 쌈장이랑 정말 많이 먹거든. (그러면 평소보다 회를 3배 정도 먹을 수 있게 돼.) 그런데 딱 정확히 그 쌈장 맛인 거야. 해외에서 방문하는 푸디들은 되게 신기해할 것 같은 한국적인 조합이었지.

다음으로는 셰프의 위트를 담은 ‘분식’ 메뉴야. 가끔은 튀김이 나오기도 한다는데, 내가 갔을 때는 ‘떡볶이’였어. 물론 셰프의 위트를 더했지. 트러플 풍미가 응축된 떡볶이라니, 아마 가장 호화로운 떡볶이가 아닐까?

 

예전에 대천 셰프랑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는데, 셰프님은 트러플 오일을 너무 싫어한다고 하시더라고. 정확히 말하면 ‘트러플 향미유’지. 트러플과 비슷한 향을 첨가하고 미량의 트러플 슬라이스를 넣은 오일 말이야. 이렇게 인공 향을 넣으면 훨씬 강렬한 느낌을 줄 수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인위적이거든. 그래서 셰프가 트러플을 쓰는 방법은 ‘오직 진짜 트러플’을 쓰는 거야. 이게 무슨 당연한 말인가 싶지만, 트러플 오일만큼 강렬한 트러플 향을 내려면 생각보다 훨씬 많이 트러플을 써야 한다는 사실! 그러니까 훨씬 비싸질 수밖에.

세븐스도어는 반쯤 오픈 키친으로 되어 있는데, 무대처럼 중앙 부분에서 셰프의 모습을 볼 수 있거든. 여기서 셰프가 큼직한 전복을 직접 구워줘. 일행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느라 잠시 한눈을 팔아도, 전복 굽는 고소한 향에 저절로 눈길이 갈 수밖에. 커다란 전복에 감태 파우더를 올려 풍부한 맛을 더했어.

참외 식혜로 가볍게 입가심을 하고 본격적인 메인 메뉴를 준비해. 보통 프렌치 파인다이닝에서 이쯤 되면 소르베가 나올 타이밍인데, 소르베 대신 대천 셰프는 식혜를 사용했어. 단 맛은 줄이고, 깔끔하고 사각사각한 살얼음 덕에 편안한 느낌이야.

그리고 대망의 메인! 잘 구운 뒤 마가목 훈연향까지 입혀 마무리했어. 한우 부위는 그날그날의 숙성 상황에 따라 바뀌는데, 내가 간 날은 부챗살이었지. 간장 베이스의 진하면서도 감칠맛 가득한 소스로 숙성된 한우는 세븐스도어 코스의 꽃이야.

사실 어떤 레스토랑을 가든, 메인은 한우가 나오는 경우가 많아서 개인적으로 큰 인상을 받기 어렵다고 생각해. 하지만 세븐스도어는 이 한우 스테이크가 ‘정말 메인’이야. 맛의 임팩트에서 특히 그렇지. 아래에 진득해 보이는 소스는 한우와 3년 이상 숙성한 갈치 액젓으로 만든 소스인데, 혀가 얼얼할 정도로 감칠맛이 엄청나. 앞의 요리들이 다 잊힐 정도로 압도적인 스테이크야.

 

사실 푸디들 사이에서도 이 스테이크를 ‘인생 스테이크’라고 꼽는 사람들이 꽤 되거든. 터프한 미국식 스테이크도, 섬세하고 잘 구운 프렌치 스테이크도 아닌, 대천 셰프의 개성이 온전히 들어간 ‘발효와 숙성의 한우 스테이크’야. 어쩌면 맛이 너무 강해서 호불호가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그래도 이 강렬한 맛이 세븐스도어의 매력이지.

그다음은 셰프가 직접 싸 주는 김밥이야. 셰프님 성함이 ‘김대천’, 영어식으로 말하면 ‘대천김’이잖아? 우리가 흔히 집에서 많이 먹는 대천김에 착안해서 맛있는 김밥 한 입을 싸 주는 거지. 두 가지 속 재료가 나오는데 첫 번째는 ‘세계인이 가장 좋아하는 알’ 캐비아, 두 번째는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알’ 간장게장 알이야. 고소하게 구운 김에 흰 쌀밥, 그리고 이 위에 올린 캐비아 한 점, 그리고 뒤이어 간장게장 한 점은 심플함의 미학을 보여주지. 너무 잘 아는 맛이라 예상과 다를 바는 없지만, 외국인들은 간장게장에 깜짝 놀란다고 하더라.

하지만 내 맘을 더 사로잡은 건 이 멸치국수였어. 새우 먹은 멸치로 진하게 우려낸 멸치육수를 시원하게 준비한 뒤 말아 먹은 하얗고 탱탱한 소면은 세븐스도어가 단단하게 한식에 기반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셰프의 의도랄까.

뒤이어 계절 디저트가 나오는데, 디저트 중 흥미로운 것은 왼쪽 사진 속 ‘워터 젤리’야. 담백하면서도 깔끔한 맛이 입안을 개운하게 정리해 주거든.

간단하게 차와 함께 먹을 수 있는 두 가지 다과와 함께 코스가 마무리돼. 커피와 차 중 고를 수 있는데, 세븐스도어에서 직접 블렌딩한 꽃차는 깔끔하고 향긋한 맛이 좋아서 늘 선택하게 돼. (물론, 런치였다면 커피를 한잔했을지도!) 주악과 마카롱을 곁들여 차를 마시며, 김대천 셰프의 개성 가득한 요리를 마무리할게.

 

세븐스도어의 다이닝 포인트

  • 들어가는 입구에서 쇼윈도 속으로 숙성되고 있는 다양한 장아찌와 장류, 생선과 육류를 볼 수 있어.
  • 룸 없이 바 테이블로만 이루어진 공간에서 무대처럼 마련된 중앙의 키친을 바라보며 셰프의 요리를 즐길 수 있다는 점.
  • 발효와 숙성을 테마로 한국인에게 익숙한 맛을 다양한 조리법으로 선보이는 요리는 감칠맛이 가득해. 특히 스테이크는 강렬한 감칠맛 폭탄!
  • 중국어, 영어로도 서비스가 가능해. 외국인 친구와 함께 방문할 때에도 편안한 시간을 보낼 수 있을거야.
다음검색
스크랩 원문 : 나홀로 테마여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 북마크
  • 공유하기
  • 신고하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