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선택에 따른 기회비용

작성자hanabank|작성시간10.07.02|조회수116 목록 댓글 0

 

 

성당이나 교회나 절에 가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저절로 옷 매무새를 가다듬는다. 그런 장소들에서는 각자 나름대로의 경건함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즉, 삶에 찌든 속세와는 거리가 먼, 어떤 분위기가 있어 보인다. 그러나 성당이나 절에서도 세속과 마찬가지로 살림은 해야 한다. 절에서 살림을 맡는 것을 ‘사판’이라 하고, 도를 닦는 것을 ‘이판’이라고 한다. ‘사판’을 맡으면 ‘이판’을 제대로 하기 어렵다. 절이 제대로 운영되기 위해 노력하는 스님(동시에 도 닦기도 원하시는)들로서는 큰 희생을 감내하시는 것이다. ‘사판’이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다. 

 

요새 대학의 등록금을 내는 일이 만만치가 않다. 대학에 다니는 자제가 두 명이나 되면 부모들의 등은 휘어진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또한 등록금 이외에 부담해야 할 교재비용도 만만하지 않다. 오죽했으면 대학의 총학생회장들이 삭발까지 하면서 등록금 대책을 호소하고 있을까. 그러나 대학 진학의 비용은 등록금, 교재비용 등과 같은 명시적인 비용만 있는 것이 아니다. 명시적 비용 이외에 묵시적인 비용도 발생한다. 즉, 묵시적 비용에는 대학 진학으로 인하여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곧장 일자리를 잡았다면 받을 수 있는 경제적 이익’이 포기된 것이 포함된다. 이 경제적 이익은 대학 교육을 받기 위해 포기한 비용이다.

 

 

선택에 수반되는 기회비용

누구에게나 일상생활은 선택의 연속이다. 스님들은 ‘이판’과 ‘사판’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하고, 고졸자들은 진학과 취업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하나를 선택하면 다른 대안들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는 포기해야 한다. 결국 선택된 하나의 비용은 포기한 다른 것에 대한 기회이다. 경제학에서는 이러한 선택의 비용을 ‘포기한 다른 선택에 대한 가치’로 측정하고, 이를 기회비용(opportunity cost)이라고 한다. ‘사판’을 선택한 스님의 기회비용은 ‘이판’일 것이고, 대학 진학을 선택한 학생의 경우 기회비용은 대학교육에 소요되는 비용과 취업을 포기한 결과로 발생하는 금전적 손실의 합일 것이다.

 

경제적 행위에서는 선택의 대가로 지불해야 하는 기회비용이 반드시 발생한다. 때에 따라서 ‘공짜’로 얻은 것도 실상 따져 보면 포기해야 하는 다른 ‘공짜’가 반드시 존재하기 마련이다. 절친한 친구가 선물로 준 ‘공짜’ 영화표에도 꼬리표가 붙는데 그 꼬리표는 언젠가 그 친구에게 다른 형태로 선물을 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설령 되갚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 공짜표로 영화를 보는 시간에 영화를 보지 않았다면 즐길 수 있었던 게임은 포기되어야 한다. 그래서 경제학자들은 “공짜 점심은 없다”고 설명한다. 이것이 경제학의 기본 전제이다.

 

그런데 왜 ‘공짜 점심은 없는’ 것일까? 우리가 원하는 두 가지 모두를 가질 수는 없을까? 그것은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한정된 시간 안에서 스님들이 동시에 ‘이판’과 ‘사판’ 모두를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대학의 등록금과 교재가 무료라 할지라도 대학공부를 제대로 하면서 정규직으로 일까지 하기는 어렵다. 즉 우리가 가지고 있는 자원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원하는 모든 것을 가질 수는 없다. 그래서 우리는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선택에는 대가가 따르고, 그 대가는 기회비용으로 측정한다.

 

 

한정된 자원으로 두 재화를 생산하기 위한 조합은?

기회비용을 설명하는 경제학의 개념 가운데 하나가 생산가능곡선이다. 예를 들어 우리 경제가 닭고기와 야채를 생산한다고 가정하자. 아래 그림에서 수평축은 닭고기 수량을, 수직축은 야채 수량을 나타낸다. 생산기술이 주어진 상태에서 우리가 가지고 있는 모든 자원을 사용하여 생산할 수 있는 최대의 닭고기 수량이 90단위이고, 최대의 야채 수량은 120단위라고 가정하자. 우리는 닭고기나 야채 한 가지만 먹고 살 수 없으므로 야채와 닭고기를 함께 생산해야 한다. 생산에 투입되는 우리 경제의 자원은 한정되어 있으므로 야채를 더 생산하기 위해서는 닭고기의 생산을 줄여야 한다.

  

생산 가능한 두 재화, 야채와 닭고기의 생산 조합을 연결한 생산가능곡선


옆의 그래프에서 A점은 우리 경제가 가지고 있는 모든 생산요소를 고용하고 현재 생산기술을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하여 생산한 60단위의 닭고기와 100단위의 야채의 조합이다. B점은 동일한 여건에서 생산한 70단위의 닭고기와 80단위의 야채의 조합이다. C점은 동일한 여건에서 생산한 80단위의 닭고기와 40단위의 야채의 조합이다. 이와 같이 한정된 자원으로 생산할 수 있는 야채와 닭고기의 조합을 연결시킨 궤적이 바로 생산가능곡선(production possibili

ty curve)이다.

 

우리 경제가 생산점을 A점에서 B점으로 이동하면 닭고기 생산을 10단위 증가하기 위해서 야채의 생산을 20단위 감소시켜야 한다. 즉 닭고기 10단위 추가 생산의 기회비용은 야채 20단위가 된다. 또는 야채 20단위 추가생산의 기회비용은 닭고기 10단위이다.

 

만약 생산점이 B점에서 C점으로 이동하면 닭고기 10단위를 더 생산하기 위하여 포기하는 야채는 40단위이다. 10단위 닭고기 생산을 추가적으로 늘리는 데 발생하는 기회비용은 야채 40단위로, 종전보다 무려 20단위나 더 많다. 즉 닭고기 생산이 증가할수록 기회비용도 증가한다. 이러한 현상은 생산가능곡선이 원점에서 밖으로 튀어나간 볼록한 형태로 나타나기 때문에 발생한다. (생산가능곡선이 직선의 형태가 되면 기회비용은 어느 점에서나 일정하다.)

 

어느 한 재화의 생산이 증가할수록 그 기회비용이 증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생산에 투입되는 요소의 질이 동질이 아니기 때문이다. 즉 닭고기 생산을 마냥 늘리다 보면 야채 경작에 훨씬 더 적합한 자원을 무리하게 닭고기 생산에 투입하다 보니 야채 생산에서 포기해야 하는 수량은 더 늘어나게 된다.

 

 

현실 속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기회비용

기회비용은 경제학을 이해하는 기본적인 개념인 동시에 현실에서 항상 접하는 문제이다. 미국의 부시 정권은 이라크에 대량살상무기가 있고 이라크에 민주주의를 구축해야 한다는 명분으로 전쟁을 시작했다. 전쟁 시작 이전에 추산된 전쟁비용은 1,000억 달러나 2,000억 달러 었으나 실제 전쟁비용은 2005년 여름에 이르러서는 미국의 직접비용만 3,000억 달러에 동맹국의 전비까지 합치면 5,000억 달러 에 육박한다고 추산하고 있다. 노벨경제학 수상자이고 컬럼비아대학 교수인 조지프 스티글리츠교수가 하버드 대학교의 정부예산 전문가인 린다 빌머스와 함께 보수적으로 추산한 전쟁비용은 1조 달러에서 2조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밝히고 있다.   이러한 전쟁비용은 전쟁에 참여한 주방위군과 예비군(이들은 주로 주말에만 근무)들이 주간 경제활동을 할 수 없음으로 인해 포기한 소득이나 2,000명에 웃도는 미군 사망자들의 가치를 ‘생명의 통계적 가치(value of statistical life, VSL)’라는 기법으로 계산하여 포함시킨 것이다. 이러한 전쟁비용의 기회비용은 생활수준과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기회의 박탈일 것이다. 전쟁이 아무리 합리적인 방안이라 해도 삶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인 인간의 생명을 돈으로 환산할 수 없다는 점에서 보면, 전쟁의 기회비용은 무한할 수도 있다.

 

 

  1. 대통령 경제자문위원 로렌스 린제이가 밝힘.
  2. 진보자유재단의 스콧트 웰스텐이 밝힘.
  3. 출처: 조지프 스티글리츠 외 엮음, [경제학자들의 목소리], 비즈니스맵, 2009, 184~199.

 

 

 

김철환 / 아주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성균관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대(Santa Barbara)에서 경제학으로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아주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주요 저서로는 [즐거운 경제학], [환율이론과 국제수지] 등이 있다. 최근에 발표한 논문으로는 "Does Korea have Twin Deficits?" Applied Economics Letters, 2006; "Do Capital inflows Cause Current Account Deficts?" Applied Economics Letters, 2010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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