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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감과 붓으로 공장을 점거하다.(카톨릭뉴스 지금여기)

작성자콜트빨간모자|작성시간12.07.19|조회수31 목록 댓글 0

저도 놀랐답니다. 먼지 뿐인 텅빈공장에 창조의 힘이 예술의 힘 관람오셔요.

물감과 붓으로 공장을 점거하다
[인터뷰-부평 콜트 공장에 작업실 차린 전진경 · 성효숙 작가]
7월 15일부터 열흘간 콜트 공장에서 전시 개최

2012년 07월 15일 (일) 20:14:56 한수진 기자  sj1110@catholicnews.co.kr  

해가 지기 시작하는 어스름한 저녁 무렵 인천 부평구 갈산동 공장지대로 출근하는 예술가들이 있다. 불이 켜지면 낮 동안 어두컴컴했던 공장은 예술가들의 작업실로 변신한다. 콜트 악기공장을 점거한 세 명의 예술가 중 전진경, 성효숙 작가를 공장 안 작업실에서 만났다.

공장 입구 문간방 차지한 "스카시 1호" 전진경 작가

전진경 작가는 공장 건물 입구 5평 남짓한 문간방을 점거해 작업실을 차렸다. 갓난아이가 자지러지게 울고 있는 그림 앞에 놓인 물감 종지들과 붓에서 전날 밤 작업의 흔적이 묻어난다. 전진경 작가가 콜트 공장을 처음 찾은 것은 작년 7월이었다. 콜트·콜텍 해고 노동자들의 농성 천막 앞에 동료 작가들과 커다란 기타 모형을 만들고 떠나면서 공장 벽에 벽화를 그려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리고 다시 찾은 공장에서 그는 공장 건물 안 크고 텅 빈 공간을 보자마자 뭔가 일을 벌이고 싶다는 욕구로 가슴이 뛰었다. 그리고 올해 봄, 전진경 작가는 서울 집에 있는 작업실을 그대로 콜트악기 공장으로 옮겨왔다. 그 사이 공장 건물이 팔려서 언제 허물어질지 모르는 상황이었지만, 어차피 예측불가한 일이니 일단 작업실로 찜해둔 방을 청소하고 짐을 풀었다.


▲ 전진경 작가 ⓒ한수진 기자

“제가 공장에 들어오는 것에 반대하는 노동자 분들도 계셨어요. 아저씨들이 그동안 회사 측으로부터 당한 게 워낙 많으니까, 혹시 도와주러온 사람한테 험한 꼴을 당하게 할까봐 부담이 크셨대요. 그래서 들어온 첫날 아저씨들한테 ‘저 그렇게 순진한 사람 아녜요’ 하면서 평택 대추리와 용산 남일당에서 작업했던 경험을 자랑했어요. 너무나 하고 싶은 일이었거든요. 제 몸은 제가 잘 챙길 테니 걱정 마시라고 안심시켰죠.”

건물주의 협박에 철거민들의 마음 짐작하게 돼
경비원 눈에 띄지 않게 밤부터 새벽까지 작업  

아니나 다를까, 주말 동안 작업실을 꾸미고 월요일 아침이 되자 출근한 경비원이 깜짝 놀라 작업실로 뛰어 들어왔다. 경비원과 건물주가 보낸 중년 남성이 번갈아가며 찾아왔지만, 그때마다 전진경 작가는 넉살 좋은 말투와 웃음으로 위기를 모면했다. 나중에는 건물주가 직접 찾아와 소리를 치고 험한 말을 늘어놓았다.

“막판에 건물주가 찾아왔을 때는 솔직히 무서웠어요. 아, 이 사람은 나와 살아온 인생이 다른 거친 사람이구나. 그 사람이 ‘다음에 보자’ 하고 나갔는데, 또 만날 생각을 하니 겁이 났어요. 협박이 얼마나 큰 스트레스인지, 철거민들이 바로 이렇지 않았을까 짐작하게 됐어요. 그림도 안 그려지고, 모욕감에 화가 나고…….”

전진경 작가는 두려움과 분노를 떨쳐내기 위해 작업실 한 쪽 벽에 커다란 낙타 그림을 그렸다. 창문 아래에는 스스로 생각을 정리하고 다짐하기 위한 글을 썼다. 그 뒤로 전진경 작가는 경비원이 퇴근한 후에 작업실에 들어와 해가 뜰 무렵 집으로 돌아가는 생활을 하고 있다.


▲ 전진경 작가가 부평 콜트 공장에 차린 작업실 ⓒ한수진 기자

밤이 깊어지면 하루 일정을 마친 콜트·콜텍 노동자들이 마실가듯 작업실을 찾는다. 전시 날짜가 다 됐는데 준비는 얼마나 됐는지 참견도 하고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를 풀어놓기도 하면서 한참이나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다 돌아가곤 한다.

“밤에 불이 켜져 있는 것이 좋으시대요. 아저씨들은 '스쾃'(빈 건물이나 공간을 점거하는 행위)이라는 말도 알게 됐어요. 아저씨들이 저를 ‘스카시 1호’라고 부르시더니, 그 다음에 들어온 작가들은 ‘스카시 2호, 3호’라고 불러요. 또 농성장에 손님이 오면 꼭 작가들의 작업실을 보여주고 자랑하세요.”

성효숙 작가 "아무리 생각해도 예술은 참 좋은 것 같아요"

전진경 작가의 작업실을 나와 불이 들어오지 않는 어두운 계단을 오르면 성효숙 작가의 작업실이다. 문을 열자 맞은편 벽 전면에 큰 벽화가 눈에 들어왔다. 노란색 큰 빛이 떠오르고 돌고래와 사람들이 노래를 하는 그림이었다. 원래 성효숙 작가는 벽에 캔버스 천을 걸로 밑그림을 그려 콜트 공장에서의 첫 작품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런데 작가가 작업실을 비운 사이 건물주가 사람들을 데리고 들어와 작업 도구를 치워버렸다. 작업 중이던 작품은 나중에 콜트·콜텍 노동자들이 경비실에서 찾아왔지만 이미 망가진 상태였다. 더 이상 쓸 수 없게 된 그림에 대한 그리움으로 성효숙 작가는 아예 벽에 직접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노동자들이 전기를 끌어와 달아준 전구 두 개가 그림에 빛을 더했다.


▲ 성효숙 작가 ⓒ한수진 기자

성효숙 작가는 1980년대부터 노동 현장에서 활동해온 잔뼈가 굵은 활동가이자 현장 미술가다. 1984년 노동미술집단 ‘두렁’의 멤버로 부평 4공단에서 활동했던 성효숙 작가는 콜트 공장에서 멀지 않은 작은 공장에 취업해 노조 활동을 하면서 미술 작업을 했다. 몇 년 후 콜트 노동자들이 노조를 결성하자 지지 방문을 오기도 했다. 현재 공장 앞마당에서 농성을 하고 있는 방종운 금속노조 콜트악기 지회장은 그때부터 알고 지낸 사이다.

"이제는 공장들이 많이 떠나서 대기업 공장을 제외하고는 남아있는 공장이 몇 안 돼요. 그 중 하나가 콜트악기 공장이었고요. 멸종위기에 처해 있는 돌고래를 그리면서 공장에 남아있는 이 순수한 사람들이 바로 멸종위기종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어요. 돈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는 세상에서 우리 같은 사람들이 남아있는 것 자체가 희한한 일일 수도 있겠구나 하고 말이죠."

지금 이 시대에 콜트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부천에서 콜트, 대전에서 콜텍 공장을 운영하던 박영호 사장은 노동자들이 한 달에 백만 원의 월급을 받으며 손가락이 잘려나가고 허리가 휘도록 만든 기타를 팔아 한국에서 120번째 가는 부자가 되었다. 그러나 회사에 노조가 생긴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고 임금을 낮춰 더 많은 이윤을 남기고 싶었다. 회사는 외국으로 공장을 옮기면서 ‘경영이 어렵다’는 이유로 한국에 있는 노동자들을 해고하거나 희망퇴직을 강요한 뒤 공장을 폐업해 버렸다. 콜트·콜텍 노동자들은 이것이 명백한 위장폐업이라고 보고 6년째 복직을 요구하는 농성을 벌이고 있다. 작가는 물었다. 지난 30년간 자본주의는 발전하고 세상이 많이 변했는데, 지금 이 시대에 콜트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과연 이 싸움이 이길 수 있을까, 부정적인 생각이 들기도 해요.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희망이 있다고 생각해요.”

성효숙 작가가 콜트·콜텍 노동자들의 싸움을 긍정적으로 전망하는 것은 오랫동안 노동자들과 함께 연대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한 내공에서 나오는 확신일 거다.


▲ 성효숙 작가가 작업실 벽에 그린 벽화 ⓒ한수진 기자

성효숙 작가는 2005년에 예술치유 공부를 시작해 ‘심리사회적 치유로서의 예술’을 주제로 논문을 쓴 미술치유사이기도 하다. 예술 작업에 있어서 소통과 참여를 통한 치유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성효숙 작가는 이곳에서도 노동자들과 함께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우연히 낙서를 하다 시작된 모자에 그림을 그리는 작업이나, 이번 콜트·콜텍 공장 안 미술 전시회에 내놓을 설치 작품 작업은 공장에 연대 방문을 왔던 사람들과 노동자들이 같이 붓을 들고, 종이를 붙였다. 지난 6월 16일 건물주가 보낸 용역들이 농성장을 철거하려고 시도했던 날, 많은 이들이 농성장을 지키려고 찾아오자 아예 농성장 앞마당에 작업실을 차리기도 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예술은 참 좋은 것 같아요. 텅 빈 벽에 아름다운 그림을 그리고, 그림을 통해 마음을 나누는 우리는 정말 평화롭지 않아요?”

전진경 작가와 성효숙 작가, 두 사람은 서로 입을 맞춘 듯이 예술을 통해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의 이웃이 되는 것이 즐겁고 행복하다고 말했다.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 그 어떤 유명 갤러리에 그림이 걸린 작가들보다도 “사랑받는 예술가”임을 이들은 스스로 알고 있었다.

<부평구 갈산동 421-1 콜트콜텍 전>

부평 콜트 공장에 작업실을 차린 전진경 · 정윤희 · 성효숙 작가를 비롯해 14명의 작가와 3개의 팀이 콜트·콜텍 농성 2천 일을 맞아 7월 15일부터 25일까지 작품 전시회를 연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target=_blank>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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