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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상식 이론

리타르단도(Ritardando)와 랄렌탄도(Rallentando)의 차이 - 박강노

작성자박강노|작성시간23.01.02|조회수894 목록 댓글 2

예전부터 음악 상식 이론 게시판이 좀 정리되고 나면 글을 써볼 생각이었는데 이제 좀 정리가 된 듯 하군요.

아래 글은 예전에 제 블로그에 썼던 글을 가져온 것입니다.

원본 출처 : https://blog.naver.com/sbrobo/222571567472


악보를 보면 참 다양한 악상기호가 많이 쓰여 있습니다. 오늘은 그 중에서도 굉장히 자주 쓰이는 단어 두 가지를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첫번째 단어는 우리가 '점점 느리게'로 알고 있는 리타르단도(Ritardando)입니다. 아래 첨부한 슈만의 트로이메라이(Träumerei) 악보를 보시면 중간 중간 리타르단도가 보이고 맨 마지막에는 기다란 리타르단도로 곡을 맺고 있습니다.

https://youtu.be/6z82w0l6kwE

 

Ritardando 와 a tempo(원래 템포로)가 자주 보이는 한쌍이라면 랄렌탄도(Rallentando, 점점 느리게)와 Fermata(늘임표)도 또 다른 한쌍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스네의 오페라 Werther의 유명한 아리아 Pourquoi me réveiller의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아래 악보를 보시면 첫째단 두번째 마디 위에서 랄렌탄도를, 둘째단 첫번째 마디 2분음표에서 늘임표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https://youtu.be/PzKhikZ4oVE

리타르단도, 랄렌탄도 둘 다 뜻은 "점점 느리게"에 해당하고 요즘은 이 두 가지 악상기호를 별 구별 없이 사용하지만 둘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습니다. 당장 위에서 비교한 두 자료에서도 볼 수 있듯이 리타르단도 뒤에는 아 템포가, 랄렌탄도 뒤에는 페르마타가 따르는 것이 보통이며 반대의 경우는 찾아보기가 힘듭니다. 이것은 두 악상기호가 의도하는 방향이 다르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습니다. 그 뜻을 정확하게 파악하려면 머릿속으로 고민하는 것 보다 확실한 자료를 찾아서 보는 것이 합당할 것입니다.

결국 이 표시는 모두 이탈리아어이므로 원뜻을 확실하게 알기 위해 이탈리아어 사전을 펴봅니다.

알파벳 순서상 랄렌탄도의 동사 원형인 Rallentare를 먼저 찾아봅니다.
첫번째 뜻으로 to slow down, 즉 느리게 한다는 뜻이 나옵니다.

그럼 다음은 리타르단도의 동사 원형인 ritardare를 찾아보겠습니다.
첫번째 뜻으로 to delay, 지연시킨다, 붙잡고 있다는 뜻이 나왔습니다. 그리고 두번째 뜻으로 느리게 한다는 뜻이 존재합니다.

느리게 만드는 것과 지연시킨다는 뜻은 비슷한 느낌이지만 확실히 다릅니다. 리타르단도가 곡의 진행을 잠시 지연시킨다는 느낌이 강하다면 랄렌탄도야말로 "점점 느리게"라는 한국어 표현에 더 적합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리타르단도 뒤에는 대개 아 템포 표시를 두어 진행하지 못하게 지연시킨(붙잡고 있던) 템포가 다시 흘러갈 수 있게 만들고, 랄렌탄도 뒤에는 페르마타를 두어서 느려지는 템포의 한계점(점점 느려지다가 잠시 멈출 곳)을 제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짧게 정리하자면 Rit.= 프레이즈가 아직 흘러가고 있는 중간에 흐름을 잠시 지연시켜야 할 때, Rall.= 프레이즈를 점점 느리게 끝내야 할 때 쓰는 편이 적절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작곡가들도 크게 신경쓰지 않고 악상기호를 쓰는 경우가 점점 늘어난 것이 사실입니다. 특히 이탈리아어를 사용하지 않는 작곡가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일례로 위에 소개한 슈만의 곡도 맨 마지막 부분 세 마디는 리타르단도보다 랄렌탄도가 맞는 표현으로 생각됩니다. 리타르단도라면 지연시키다가 뒤에 다시 원래 템포로 돌아가야 할 부분이 있어야 하는데 마지막 마디 리타르단도 표현은 좀 어색해 보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이 미묘한 표현의 차이를 작곡가 본인이 인지하고 썼는지, 아니면 평소에 즐겨 사용하던 방식이라 별 다른 생각 없이 넣은 것인지를 알지 못한다면 연주자 또한 자기 나름대로의 해석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적어도 슈만은 이탈리아어가 아닌 독일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독일인이었으니까요. 적어도 제가 지금까지 찾아본 슈만의 곡에서 Rit.와 Rall.가 동시에 쓰인 악보를 본 적은 없었으므로 슈만은 아마도 같은 뜻으로 생각하고 쓴 것으로 보입니다. 반면 본 윌리엄스의 경우 두 악상기호를 한 작품에서 사용하기도 합니다. 보시다시피 rit-a tempo는 아직 프레이즈가 끝나지 않았을 때 사용하고 Rall.은 한 프레이즈가 끝나는 부분에서 사용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위처럼 유명 작곡가들 중에서도 두 악상기호의 차이를 이해하고 다르게 사용한 작곡가가 있는가 하면 둘을 동일시하는 작곡가도 역시 존재합니다. 이제 이 글을 읽고 난 여러분은 이제 두 단어의 차이와 작곡가가 그것을 어떻게 사용했는지 사려깊게 살펴본 후 연주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박강노

Doctor of Musical Ar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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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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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분당도사 | 작성시간 23.01.03 어렴풋이 알고 있었는데 자세한 설명 감사합니다!
  • 작성자노래사랑 1008 | 작성시간 23.12.02 자세한 설명 감사합니다.
    이제 자곡자의 의도를 더 명확히 알수 있을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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