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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상식 이론

무대 긴장과 극복에 대하여 - 박강노

작성자박강노|작성시간24.04.13|조회수178 목록 댓글 0

 

연기하는 배우든, 연설하는 정치가든 누구나 무대에 올라 청중 앞에 서면 긴장하게 됩니다. 특히 노래하는 이들은 과도한 긴장 때문에 뜻대로 몸을 사용하지 못하게 될 경우 연주에 매우 치명적인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긴장을 쉽사리 떨쳐내지 못하는 이들은 이 때문에 커리어 전체가 무너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긴장하지 말라고 해서 긴장을 전부 풀어내는 사람은 없겠죠. 이번 글에서는 무대에서 겪는 긴장, 무대 공포증과 그 극복에 대하여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본 내용은 Westminster Choir College의 성악교수법 교수인 Dr. Christopher Arneson 교수의 수업에서 배웠던 내용을 간추린 것이며 노래하는 사람을 기준으로 쓴 글이지만 모든 무대예술인에게 적용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긴장의 종류, 원인과 희망

1) 성향 불안 (Trait Anxiety)

자극을 위협으로 잘 받아들이는 성향을 말합니다. 성향 불안이 높은 사람은 모든 상황에서 자극을 불안 요소로 받아들이므로 쉽게 겁에 질리거나 방어적인 반응을 보입니다. 겁이 많은 타입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전쟁으로 인한 트라우마 등을 겪는 사람이 작은 자극에도 과거 불안감이 떠올라 강한 반응을 보이는 것을 영상매체 등에서 보셨다면 이해가 되실 겁니다.

2) 상태 불안 (State Anxiety)

특정 상황에서 강하게 긴장하는 성향을 갖는 사람을 가리킵니다. 위험, 공포, 실패 혹은 그로 인해 자존감을 위협받는 것에 대한 걱정이 있는 경우를 말합니다. 무대 위에서 일어나는 실패는 물론 일상생활에서도 특정 행동(운전, 요리 등) 때문에 낭패를 겪은 이들에게 충분히 나타날 수 있습니다.

두 가지 모두 그 근원을 찾아 보면 개인적 경험에 기반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살면서 무의식에 남아있는 스트레스는 부정적 경험을 다시 겪지 않기 원하는 사람을 만들어 냅니다. 꼭 노래와 관련이 있지 않더라도 부적절한 상황(예 : 버림받음, 사랑받지 못함, 실패의 공포, 심리적 고통, 생명의 위협)에 노출된 사람은 경험을 뇌 어딘가에 저장해두게 되고, 그것이 긴장으로 나타나는 것입니다. 그리고 누구든 창피를 당하거나 완벽하지 못한 모습을 보이게 된 경험은 한번쯤 있으므로 모든 사람은 긴장을 피할 수 없습니다. 특히나 음악가들은 평균보다 높은 감수성과 예민함으로 인해 당연히 긴장성도 더 높게 나타납니다.

그러나 좋은 쪽으로 뒤집어 생각해 볼 때 긴장을 잘 하는 이들의 이유가 높은 감수성과 예민함으로 인한 것이라면 그들이 좋은 예술가로 발전할 가능성 또한 존재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네 가지 두려움

Eric Maisel 은 예술가들의 긴장에 대해 네 가지 주된 두려움이 있음을 말합니다.

1) 예상치 못한, 모르는 일이 일어날 것에 대한 공포 : 갑자기 연주중에 불이 난다든지, 정전이 되는 등 예정에 없던 일이 일어나는 것에 대한 공포

2) 제어할 수 없는 상황 : 연습했던 대로 몸이 움직이지 않거나, 노래를 하는데 반주가 따라 주지 않는 등 자신이 평소 제어할 수 있던 것들이 제어되지 않는 것에 대한 공포

3) 모르는 사람 : 전혀 모르는 사람들 앞에서 자신을 드러내야 하는 것에 대한 공포

4) 사랑과 인정을 받지 못함 : 자신의 연주가 혹평을 받고 더 이상 찾아주지 않는 사람이 되는 것에 대한 공포

이러한 공포 앞에서도 꾸준히 연주하려는 사람들은 두 가지 욕망 사이에서 싸우고 있습니다 바로 자신을 표현하고자 하는 욕망과 조용히 남아 안전하게 있고자 하는 욕망이지요. 전자가 예술가로서 갖는 욕망이라면, 후자는 생명체라면 당연히 갖는 안전에 대한 욕망입니다.

두려움에 대한 회피

거의 모든 연주자들에게 연주 전 컨디션을 물어보면 잠을 잘 못 잤다, 속이 안 좋다 등등 건강하고 맑은 정신으로 백스테이지에 도착한 사람을 찾는 것이 더 어려울 지경입니다. 하지만 컨디션 난조의 배후에는 두려움이 숨어 있습니다. 위에서 말한 두려움에 대한 변명거리 혹은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지 않으면 두려움에 짓눌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두려움에 맞서기

우리는 위협으로부터 뜀박질해 도망쳐야 할 때 아드레날린이 체내에서 작용하여 강한 에너지를 낼 수 있도록 합니다. 그러나 무대에서 연주하는 것은 생존을 위한 뜀박질만큼 강력한 에너지가 사용되거나 흡수될 정도가 아니기에 남아도는 에너지가 스트레스와 긴장으로 발산됩니다. 체내에 쌓인 아드레날린은 몸을 덜덜 떨게 하거나, 땀을 흘리게 하거나, 과호흡증을 불러오는 등 연주를 방해하게 됩니다. 연주를 잘 못할까봐 생겨난 두려움 때문에 실제로 연주를 망치게 되는 것이죠. 이러한 두려움에 맞서기 위해서 생각해볼 것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두려움을 인정할 것

연주가 생각처럼 되지 않을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습니까? 그것을 인정하세요. 무의식의 한 구석에 두지 않고 의식하는 것만으로도 공포는 줄어듭니다. 오히려 긴장은 아드레날린을 통해 몸에 활력을 제공하여 연주에 강한 동력을 부여하므로 어느정도의 긴장은 연주에 필요합니다. 오히려 자연스러운 긴장 덕분에 연주가 좋아질 수 있다는 말입니다. 그리고 긴장은 다른 누구도 아닌 '내'가 하는 것입니다. 긴장을 의식하는 것은 내가 제어할 수 있는 범주 또한 알 수 있게 합니다. 그리고 이것이 반복되어 연주를 많이 할 수록 나를 돕는 긴장감과 나를 방해하는 긴장감을 구분할 수 있게 됩니다.

2. 두려움을 이해할 것 : 직접 자신에게 질문을 던져봅시다

- 두려워하면 어떤 장점이 있습니까?

- 성공하는 것이 두렵습니까?(성공에 대한 두려움은 실패에 대한 두려움만큼 흔합니다)

- 가족이나 친구로 인한 두려움이 있습니까?

- 당신이 덜 두려워하게 되면 변하는 인간관계가 있습니까?

- 당신이 두려움을 끊어내면 당신 자신과의 관계가 어떻게 변할까요?

- 다른 사람과의 관계는 어떻게 변할까요?

- 당신의 삶과 커리어는 어떻게 변할까요?

- 그러한 변화를 반기시겠습니까?

- 당신의 목표와 꿈을 이루게 되면 더욱 행복하고 덜 불안하게 될까요?

- 혹은 다른 일을 하면 더 행복할까요?

3. 부정적인 내면의 목소리를 잠재울 것

Dr. Irmtraud Tarr Kruger 는 연주를 앞두고 가장 사람을 불안하게 만드는 것은 내면의 괴물(목소리)이라고 칭했습니다. 부정적인 내면의 목소리는 의심하게 만들고 일어나지 않은 일로 자신을 판단하는 겁쟁이입니다. 이 목소리가 들리지 않도록 생각을 바꿔야 합니다.

-판단하는 목소리는 당신 내면의 완벽주의자입니다. 음악은 완벽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지 완벽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의심하는 목소리는 회의주의자입니다. 이 목소리는 "내가 진짜 제대로 준비가 된 걸까? 제대로 부를 수 있을까?" 등의 걱정을 내놓습니다. 의심의 목소리는 당신이 연습을 하면 할 수록 줄어들지만 완전히 줄어들지는 않을 것입니다. 무대에 설 때는 의심의 목소리를 제쳐놓고 음악하는 사람이 아닌 음악 그 자체가 되어야 합니다.

-겁먹은 목소리는 무력감의 원천입니다. "나는 못 해. 재능이 없어"같은 소리를 속삭입니다.이 목소리는 도망가라고 속삭이며 없던 병도 만들어냅니다. 이 목소리를 물리치는 데는 정신과 상담도 좋지만, 자기 자신과의 진솔한 대화를 통해서도 떨쳐내는 것도 가능합니다.

4. 변명을 그만 둘 것

"만약에"라는 변명(무대가 너무 건조하지 않았다면, 먼지가 없었다면 등등)은 사라져야 합니다. 두려움을 안고 일단 해야 합니다. 변명은 숨고싶어 하는 두려움이 다른 형태로 나타난 것입니다. 당신만의 "만약에" 목록을 만들고 없애나가 보세요. 다른 이들에게 물어보았을 때 그들이 내가 변명했다는 것을 느꼈다면, 당신은 아직 최선을 다 하지 않았음을 인정하고 앞으로 한 발짝 더 나가야 합니다.

5. 자기파괴적인 행동을 없앨 것

당신의 말은 생각이 행동으로 나타난 것입니다. 부정적인 언어는 부정적인 행동이 되어 당신의 목표와 꿈을 짓밟게 됩니다.

"나는 쓸모없다, 나는 생각한 대로 행동할 수 없다, 나는 누구도 믿을 수 없다" 같은 말은

"나는 유능하다, 나는 행복할 자격이 있다. 나는 해낼 수 있다" 같은 말로 바꾸어야 합니다.

삶 속에서 당신의 꿈을 받쳐주지 않는 행동들을 체크해보세요.

- 왜 오디션이나 연습 시간에 자주 늦습니까?

- 왜 중요한 연주 전날 늦게 잡니까?

- 왜 준비할 곡을 막판에 바꾸거나 너무 늦게 고릅니까?

6. 비평을 무서워하지 말 것

오디션 후 심사위원으로부터, 연주 후 비평가로부터, 레슨 후 선생님으로부터 비평을 듣게 됩니다. 비평은 좋은 이야기도, 나쁜 이야기도 나오기 마련입니다. 비평은 우리를 깎아내리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며 우리에게 피와 살이 되는 정보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이고 귀담아듣지 않아도 될 내용은 떨어내면 그만이죠.

7. 자신의 연주에 확신을 가질 것

확신없는 자세는 모든 것을 망칩니다. 자신있게 준비한 것을 내보이기 위해서는 당연히 준비하고 계획하고 공부하고 연습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불확실성은 점점 제거되고 경험에 기초한 자신감이 자라날 것입니다. 무대 위에서 선보일 곡이 전혀 새로운 것일 리 없겠죠? 내가 연주할 곡이 설마 악보 한 번 본 적 없는 초견곡일까요? 아닙니다. 적어도 수십수백번 이상 연습한 곡일 겁니다. 나에게 친숙한 것을 한다는 것을 되새기고 연습했던 순간을 돌이켜보아야 합니다.

8. 연습시간을 발견의 시간으로 삼을 것

연습시간은 인고의 시간입니다. 그러다보니 연습하면서도 자칫 자기파괴적인 행동이나 태만한 행동으로 시간을 보내기 쉽습니다. 자신이 내는 소리에 너무 비판적인 시각을 갖기 보다는 연습시간 동안 작은 목표(특정한 모음, 리듬, 음색의 향상 등)를 다양한 방법으로 접근하는 것 자체를 즐겁게 여겨야 합니다. 너무 결과론적으로 접근해 당장 완벽한 완성품을 만드려고 조급해하기보다는 하나씩 바꿔나간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합니다.

9. 물리적인 긴장을 풀어내기

두려움으로부터 오는 긴장은 몸을 굳게 하고 입을 마르게 하며 맥박을 빠르게 하며, 화장실에 자주 들락거리게 하거나 어지럼증을 유발합니다. 여러분은 이러한 증상을 다루는 법을 알고 신체의 에너지를 연주에 집중할 수 있도록 사용해야 합니다. 제일 먼저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은 근육의 긴장을 푸는 것이겠지요. 스트레칭이나 운동은 평소에 하면 좋지만 무대 위에서 긴장을 풀겠다고 스트레칭하는 이상한 음악가는 없을 겁니다.

무대에 걸어 들어가 노래하기 직전의 상태를 연습해 봅시다. 바르게 서서 깊게 숨을 들이쉬고 무릎에 힘을 꽉 주는 대신 부드럽게 유지한 채 둡니다. 가슴을 펴고 어깨가 말려들어가지 않도록 하며 웃는 얼굴로 청중을 바라봅니다. 자연스럽게 노래할 준비가 된 자세로 신체 각 부위가 평소 연습할 때와 같이 준비가 되었는지 확인합시다. 앞으로 이 연습을 노래 연습에 추가해보세요.

10. 집중할 것에 집중하기

긴장하는 것 자체에 신경을 쏟으면 오히려 더 긴장합니다. 무대 위에서는 집중할 다른 요소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보통 연주 중에 하나 실수한 부분이 생기면 거기에 정신이 팔려 뒷부분까지 틀리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른 것에 집중했기 때문이죠. 집중할 요소를 바꾸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가, 내가 얼마나 불안한가보다는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지 집중해야 합니다. 자세나 숨쉬기에 집중한다든지, 내가 만들고 싶은 곡의 느낌, 악상 등 집중해야 할 것은 차고 넘칩니다. 불안감에 집중할 시간이 없다는 사실은 두말하면 잔소리겠지요.

11. 현실적인 목표 세우기

완벽주의 성향이 강한 예술가들은 너무나 높은 목표를 세우곤 합니다. 특히나 한번의 연주로 끝나는 독창회, 독주회등은 초대장을 돌리고 드레스를 구매하는 등 애써 준비하는 까닭에 더 긴장하게 되죠. 반면 한 시즌동안 같은 곡을 연주하는 오페라단 등에서 일해보면 항상 완벽하게 시즌 내내 연주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좀 더 여유를 갖게 됩니다. 완벽은 목표가 되어서는 안되며 신뢰성과 일관성을 목표로 삼아야 합니다.

12. 너그러울 것

자신에게도, 다른 사람에게도 너그러운 모습으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누군가에게 칼침을 날리듯 혹평을 일삼는 사람은 자신도 그런 평을 받을까봐 오히려 위축됩니다. 청중을 적으로 생각하게 되기 때문이죠. 항상 너그럽고 관대한 자세를 가지고 다른 연주자들을 격려하며 서로 최선을 다한 연주가 되기를 빌어야 합니다.

불안감, 긴장은 누구나 가진 것입니다. 특히나 무대에서 긴장하는 것은 사람들의 판단과 평가를 받는 자리에 노출 될 때 동반되는 매우 자연스러운 반응이라는 것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리고 거기서 오는 두려움을 극복하는 방법은 마냥 찍어 누르거나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얼굴을 맞대고 제대로 바라보며 사는 것입니다. 앞서 말했듯이 우리를 긴장하게 만드는 이유를 무의식에 머무르게 하지 않고 마주하기만 해도 공포는 줄어듭니다. 즉 우리를 두렵게 하는 것을 빨리 깨닫기만 해도 이미 반은 온 셈입니다. 탄탄한 준비와 확신, 긍정적인 마음과 너그러움을 갖춘다면 무대 공포증이 떠나간 자리에 한 층 더 성숙한 예술가의 당당한 모습을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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