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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가을엔 누이야

작성자바람|작성시간13.09.29|조회수32 목록 댓글 1


아! 가을엔 누이야
글번호: 4   글쓴이: 바람 조회: 45   스크랩: 0   날짜: 2013.09.27

  

 

! 가을엔 누이야

바람/한상길

 


누이야
지금 저 들판에 홀로 피는
꽃들의 이름을 아오
열병하다 눈시울에 지는 붉은

말이오


누이야
금강변 모래톱에 올라
나는 가리다 정녕
가리다
몸서리치게 떨며
진정으로 사랑 하고픈 여인의 이름을
열병하는 꽃들처럼 부른 적이 있었소
나는


누이야
금강엔 장마가 무시로 몰려와
그 모래톱
흔적 없이 삼켜버려
밤 내 울먹이던 소년의 아픔을
아오
그대는 아오


누이야
먼발치 산 그림자에 숨어
사랑하는 여인을 바라보면 뛰는 가슴
섣불리 나서지 못하고
그림 같은 마음 건네려다
설레임이 자꾸만
퉁퉁 부어오르는 눈물 속으로
차분히 쏟아지는 별 빛에 숨고 싶었던 마음을 아오
그대는 아오


누이야
수리부엉이 슬피 울던 그 밤엔
무서워 잠 못 들던 그 밤엔
몰래
두런거리는 시냇물 따라 무작정 걸으며
고요의 숨결이 박꽃처럼 피어오르던 그 날
숨소리마저 안타까이 고요에 울어
홀로 걸어도 아프지 않을 무서움에 떨며


누이야
벼들이 시퍼렇게 자빠져 시름하는 들녘을
허기를 움켜쥐고 과수원 길 돌아오던 님 들이
새알 같은 눈물 쏟아 내는 논두렁
길목에 숨어 있다
놀래주며 빼앗아 먹던 능금 시뻘건 능금을 보면
!

환장하게 서러운 가을날엔
배알이 하다 논두렁에 쓰러져 울먹이던 때를
지금도 기억하고 있소
나는


누이야
여문 콩깍지 튀어 오르는 가을날엔
그림자 무서워
동구 밖엘 한 발짝 내딛지 못하고 죽어가던
소년 적 소녀와
엎질러진 술 주전자 들이키며 비틀비틀
심부름하던 색동저고리 한 벌 쯤은
적시고 싶은 그 소리
마을 어귀에 다다르면 지금도
쩡하니 울어
동구 밖에 울음 울어


누이야
우리 배고프거들랑 술지게미나 퍼먹고
발갛게 달아오르는 달이나
만지러 가자
쩌렁 우는 강도
배곯아 우는 투정이려니
하고


누이야
앞 산 진홍색 진달래 곱게 피거들랑
샛노란 개나리 피거들랑
우리도 저리 곱게 늙어
자박자박 저물어 오는 산 그림자엔
묻히지 말자, 행여
그 그늘이 몰래 다가오거들랑
눈시울 시리게 타오르는 강 노을에 냅다
던지자구나


누이야

 

2000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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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총무 | 작성시간 13.09.30 새로 꾸민 보금자리가 그리도 좋더니...
    이리도 좋은 시상이 떠 오르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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