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길을 걸으며
이정하
해질 무렵, 오늘도 나는
현관문을 나섰습니다. 그대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었지만
그대에 대한 그리움으로 인해
내가 해야 할 일은 너무나 많았습니다.
아니, 또 어찌 보면 아무 것도 없기도 합니다.
아픈 우리 사랑도 길가의 코스모스처럼
한 송이의 꽃을 피워 올릴 수만 있다면
내 온 힘을 다 바쳐 곱게 가꿔 나가겠지만
그것이 또 내 가장 절실한 소망이기도 하지만
지금은 이렇듯 무작정 거리에 나서
그대에게 이르는 수천 수만 갈래의 길을
더듬어 보는 도리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지난여름, 무던히 내리쬐던 햇볕도 마다 않고
온 몸으로 받아 내던 잎새의 헌신이 있었기에
오늘 한 송이의 꽃이 피어났다는 것을 생각하면
아무것도 하지 못한 내가 너무 부끄러웠습니다.
저 꽃잎들도 언젠가 떨어지겠지만, 언젠가
떨어지고 말리라는 것을 제 자신이 먼저 알고 있겠지만,
그때까지 아낌없이 제 한 몸을
불태우는 것을 생각하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생각한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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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작성자한려수 작성시간 24.04.19 잘 감상하고 갑니다
행복하고 즐거운 금요일 되셧는지요
늘 건강과 기쁨이 함께하는 날들 되시고
늘 행운과 평안이 함께 하기길 빔니다
추천하고 갑니다 -
작성자마리아마리 작성시간 24.04.19 방장님 ! 감사합니다
너무 좋은 시를 보여주어
너무좋습니다
'지난 여름 무던히 내리 쬐던 햇볕도 마다 않고
온 몸으로 받아내던 잎새의 헌신'
이쁩니다 !!
건강하시고 늘 행복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