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길을 걸으며/이정하

작성자沃溝서길순|작성시간24.04.19|조회수78 목록 댓글 25


저녁 길을 걸으며

이정하

해질 무렵, 오늘도 나는
현관문을 나섰습니다. 그대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었지만
그대에 대한 그리움으로 인해
내가 해야 할 일은 너무나 많았습니다.

아니, 또 어찌 보면 아무 것도 없기도 합니다.
아픈 우리 사랑도 길가의 코스모스처럼
한 송이의 꽃을 피워 올릴 수만 있다면
내 온 힘을 다 바쳐 곱게 가꿔 나가겠지만
그것이 또 내 가장 절실한 소망이기도 하지만
지금은 이렇듯 무작정 거리에 나서
그대에게 이르는 수천 수만 갈래의 길을
더듬어 보는 도리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지난여름, 무던히 내리쬐던 햇볕도 마다 않고
온 몸으로 받아 내던 잎새의 헌신이 있었기에
오늘 한 송이의 꽃이 피어났다는 것을 생각하면
아무것도 하지 못한 내가 너무 부끄러웠습니다.

저 꽃잎들도 언젠가 떨어지겠지만, 언젠가
떨어지고 말리라는 것을 제 자신이 먼저 알고 있겠지만,
그때까지 아낌없이 제 한 몸을
불태우는 것을 생각하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생각한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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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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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댓글 작성자沃溝서길순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4.19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댓글 첨부 이미지 이미지 확대
  • 작성자한려수 작성시간 24.04.19 잘 감상하고 갑니다

    행복하고 즐거운 금요일 되셧는지요
    늘 건강과 기쁨이 함께하는 날들 되시고
    늘 행운과 평안이 함께 하기길 빔니다
    추천하고 갑니다
  • 답댓글 작성자沃溝서길순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4.20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댓글 첨부 이미지 이미지 확대
  • 작성자마리아마리 작성시간 24.04.19 방장님 ! 감사합니다

    너무 좋은 시를 보여주어
    너무좋습니다

    '지난 여름 무던히 내리 쬐던 햇볕도 마다 않고
    온 몸으로 받아내던 잎새의 헌신'

    이쁩니다 !!

    건강하시고 늘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 답댓글 작성자沃溝서길순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4.20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댓글 첨부 이미지 이미지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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