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하루에 2승을 거두는 선수가 부쩍 늘었다. 지난 29일 온게임넷과 MBC게임에서 동시에 진행된 SK텔레콤 T1과 이스트로, 온게임넷 스파키즈와 위메이드 폭스의 경기 모두 SK텔레콤 도재욱과 온게임넷 신상문이 하루에 두 번 출전, 모두 이기면서 팀의 승리를 확정지은 것이 단적인 예다.
2라운드 들어 순위 싸움이 더욱 치열해 지면서 29일과 같은 현상이 자주 일어나고 있다. 질 경우 순위가 곤두박질칠 수 있기 때문에 최고의 카드들을 내놓는 것. 데일리e스포츠는 하루에 두 번 출전하는 선수들에 대해 분석했다.
◆하루 2번 출전 최다 선수 이스트로 박상우
하루에 두 번 감독의 부름을 받는 일은 쉽지 않다. 그러나 이스트로 김현진 감독은 박상우를 자주 불렀다. 그 결과 박상우는 무려 8번이나 하루에 두 경기를 소화했다.
그렇지만 결과는 썩 좋지 않다. '1승1패 본능'이라는 별명이 붙은 박상우는 8번의 출전 가운데 7번이나 1승1패를 기록했다. 에이스 결정전 8번 가운데 승리 4회, 패배 4회를 기록하면서 이마저도 5할을 맞췄다. 박상우는 김 감독의 부름을 자주 받은 탓에 24전으로 현재 프로리그 출전 선수 가운데 최다전을 소화했다.
두 번째는 르까프 이제동과 STX 김구현으로, 하루 2회 출전을 6번했다. 이제동은 2승을 3번, 1승1패를 3번하면서 팀 승리를 4번 지켜냈고 김구현은 2승 1회, 1승1패 3회, 2패 2회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하루 2번 출전 최다팀은 STX
STX 소울이 하루 2번 출전 최다팀으로 기록됐다. STX는 무려 11번이나 같은 선수를 두 번 내세웠다. 이는 STX가 갖고 있는 엔트리 시스템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STX는 저그 김윤환, 테란 진영수, 프로토스 김구현 등 각 종족별로 대표 선수를 보유하고 있다. 에이스 결정전까지 진행된다면 이 세 명 가운데 선택하는 것이 당연지사. 하루에 2회 출전한 선수들을 봐도 김구현이 6번, 김윤환이 4번, 진영수가 1번으로 역할 분담이 확실하다.
그 뒤를 잇는 팀은 이스트로. 이스트로는 박상우가 8번 기용되며 총애를 받았고 신상호가 2번 하루 2회 출전했다.
◆하루 2회 출전 재미 본 팀?
하루에 두 경기를 소화할 선수가 있다는 점은 강팀으로 부상할 수 있는 장점이기도 하다. 한 선수를 두 번 출전시켜 가장 재미를 본 팀은 르까프 오즈다. 이제동에게 6번 기회를 줘 4승을 챙겼고 박지수가 하루에 2승을 거둔 적도 있다.
SK텔레콤도 짭짤한 재미를 봤다. 도재욱과 정명훈, 김택용에게 4번, 2번, 2번 기회를 줬고 도재욱이 2승을 3회나 달성하며 승수를 챙겼다. 또 도재욱은 1승1패를 거둔 날 에이스 결정전에서 승리하면서 실질적인 최고 성적을 올렸다. 정명훈은 하루 2승을 1회, 1승1패를 1회했지만 1승1패가 에이스 결정전 패배여서 아쉬움을 남겼다.
◆하루 2회 출전 어떤 의미?
현재 진행되고 있는 프로리그는 에이스 결정전에만 중복 출전을 할 수 있다. 1~4세트에 출전했던 선수도 나설 수 있지만 그만큼 부담이 크다. 에이스 결정전에는 어떤 선수가 나올 지 알 수 없기에 세 가지 종족을 모두 염두에 두고 연습을 해야 한다. 즉, 하루에 두 번 출전한다는 사실은 네 경기를 준비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엔트리 공개 덕분에 1~4세트에 나서는 선수에 대해서는 쉽게 파악할 수 있지만 에이스 결정전만의 부담감이 또 있다는 것.
특히 하루에 2승을 거둔 선수들의 공통점은 별도의 전략을 구사하기 보다는 기본기가 탄탄하다. 에이스 결정전에 사용할 전략을 따로 구상할 수도 있지만 생산력이나 컨트롤, 상황 판단 등 좋은 밸런스를 갖고 있어 안정적인 플레이를 즐겨 한다.
MBC게임 강민 해설 위원은 "선수 시절 하루에 두 경기를 소화하는 것이 무척 어려웠다"며 "특히 에이스 결정전은 팀의 승패가 달려 있기에 긴장감이 고조된다"고 했다.
또 "요즘 하루에 두 번 나오는 선수들이 늘고 있다는 사실은 그만큼 프로리그에서 1승이 중요하기 때문"이라며 "다양한 선수를 기용하기 보다는 신뢰하는 선수를 택하는 것이 최근 사령탑들의 성향"이라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