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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망경

범망, 그 깨끗한 그물1

작성자실린달|작성시간14.12.09|조회수407 목록 댓글 0



범망, 그 깨끗한 그물1
동봉


세상이 그물이고
그물이 곧 세상입니다
앞 뒤를 돌아보아도 그물이고
좌우를 살펴보아도 그물이며
위를 쳐다보고 아래를 굽어보아도
세상은 온통 그물입니다
시간으로 날줄을 삼고
공간으로 씨줄을 삼았습니다
그리하여 날줄을 경도經度라 하고
씨줄은 위도緯度라 부릅니다

관계가 그물의 세계고
그물이 곧 관계의 세계지요
인因이라는 알갱이가 돌돌이 놓였는데
연緣이라는 물결이 아름답습니다
알갱이는 한없이 작고
그 작은 알갱이들을 연결하는
아주 가느다란 끈
너무나 작은 알갱이고
너무 가는 끈이라서
눈으로는 쉽사리 볼수 없습니다

당신은 날줄입니다
당신이라는 그 날줄에
내가 씨줄이 되어 점점이 엮어가지요
당신은 내게도 당신이지만
다른 이에게도 당신이듯이
당신은 내게도 날줄이지만
다른 이에게도 날줄입니다
내가 당신을 날줄로 삼듯
다른 이도 당신을 날줄로 삼아
각기 자신을 씨줄로 엮어갑니다

잉앗대에 걸린
당신의 날줄을 바라보면서
나는 행복을 느낍니다
늘 그 자리에 계시는 당신이기에
나는 나를 북에 담아
당신의 살결을 어루만집니다
당신의 살결은 보드랍고
당신의 살결은 강인합니다
나는 당신의 고운 결 속에서
바디의 힘을 빌어
날줄이라는 당신의 살결에
한 오라기 두 오라기
짜득짜득 씨줄을 곱드리고 있습니다

깨끗한 그물의 세계는
나와 당신을 엮고
당신과 당신의 당신을 엮고
당신의 당신의 당신을 엮습니다
당신의 나를 엮고
나의 나를 엮고
나의 나의 나를 엮어갑니다
그리하여 존재와 존재가 엮이고
존재와 환경이 엮이고
환경과 환경이 엮이고
환경과 환경의 환경이 엮이면서
인연을 만들어갑니다
깨끗한 그물梵網입니다
제석천 하늘에 드리운 그물입니다

ㅡㅡㅡㅡ

사진은
카투니스트 배종훈 선생의
커피를 드시는 붓다카노 카툰입니다


12/09/2014
곤지암 우리절 선창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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