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기억하는 것들 ~ 💐
글/윤 준경
꽃은 기억이 참 많네
송이송이 부풀던 날의
딱딱한 몽오리를 기억하네
지천지천 붉던 날의
흐드러진 그늘을 기억하네
바람에 날리는 고향집의 향기,
산골을
떠나던 시냇물의 맑은 눈
비 오는 저녁과
아름드리나무와
파란 사과 알과 장미여관,
지금은
늙어버린 그 사람을 기억하네
시름시름 시들어간
어머니를 기억하네
꽃은
하나씩 기억들을 날리며
화려했던 이력을 접고 있네
한 남자의 기억이 시들고
쓰린 상처가 시들고
예쁜 아이가 시든 자리에
새 열매가 열리고
시들어 떨어지는 기억 아래로
내가 꽃이었던 기억
하롱하롱 날리고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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