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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린 ♡ 시인방

우주

작성자채린1|작성시간23.07.31|조회수47 목록 댓글 0
우주


초등학교 저학년쯤인가 그 때가 생각이 난다.
마당 한가운데 멍석자리 동그랗게 펼쳐놓고
온 가족이 둘레밥상을 두고 앉아 도란도란 먹는 저녁,
어느 날은 어머니가 밀어 썬 칼국수
또 어느 날은 감자나 고구마를 쪄서 먹었다. 한쪽엔 모기불이 활활 타오르고.
그때는 왜 그리도 모기가 많았던지

육이오 동란 후에 소금이 귀해 화염을 굽는다고 파놓은 웅덩이는
제구실을 못한 채 방치되어 장구벌레로 가득했다.
멍석에 누워 하늘을 보면 구름에 달이 가는 것 같아서
구름이 되어 보고파지기도 하였다
뭉게구름 위에 앉아 보고파 몸살을 한 적도 있었다.
눈에 보이는 저 하늘 참 하늘은 넓구나!

북극성이 보이고, 북두칠성
그리고 일년에 단 한번 까막까치가 다리를 만들어주어 만난다는 비운의 견우와 직녀
무서운 전갈자리 또 여우자리 뱀자리
이런 것을 들으며 꿈을 꾸었다.

눈에 보이는 별이 6000개라고 했다
저 많은 별들에는 누가 살까 의문의 꼬리를 물었다
그렇게 유년의 시절은 지나가고 사춘기가 되었다
공상과학소설에 빠져서 열심히 읽었다
금성 이야기들, 화성인들

하늘을 쳐다보며 공상을 하고 우주라는 것을 처음 생각해냈다
태양을 생각하고 9개의 혹성을 떠올리며 참으로 이 지구가 작다는 것을 알았다
과학은 놀라울 정도로 변하여
달에 착륙을 했고 화성에 물이 있었다는 것 까지도 알아내고
토성의 주위를 찍어왔다

그저 공상만화로만 알았던 이야기들
세포핵에다 수정을 거쳐 자기가 원하는 인간형을 만들어내었다
생각해보면 미래를 내다보고 지은 예언서 같다는 느낌이 든다.
지금 과학이 바로 그 수준까지 이르렀기 때문이다
세계최초로 줄기세포를 여러 단계를 거쳐 대리모에 착상하는 놀라운 발전을 했다
동방의 예의지국이라 했던 것도 옛말인지
인간의 목숨과 관계되는 연구가 늘 비밀리에 진행되는 것 같다

한국이 첨이라는 단서가 심심찮게 붙어 나온다.
찬사를 보내야할지 말아야할지 모르겠다.
모두가 자기입장이 되어보면 긍정이 가겠지만 객관적 입장에서 보면 석연치 않다
그것도 종교를 가지고 있는 입장에서 보면 더욱 그렇다
세월의 뜨락을 몇 번인가 넘노라니
마음도 열정도 식어 가는지 하늘을 볼 시간이 없다.

어느 누가 아침저녁으로 두 번만이라도 보라고 일렀지 않는가
하늘이 새파란지 뿌연지....
그저 황사가 온다는 뉴스만 듣고 외출 시간을 단축하려고 할 뿐
쳐다보려 애쓰지 않는다
그저 자동차에 쌓인 먼지를 보면서 뉴스가 틀리지 않음을 간과한다

이제는 안다
하늘이 없다는 것을
까만 하늘이 하염없이 펼쳐져 있다는 것을
그리고 끝도 없이 뻥 뚫린 궁창이란 것을.
얼마나 많은 별들이 있기에 멀리서 보면 강물이 흐르는 것처럼 보였을까
그 은하계가 수없이 많다는 것도 안다

우리 인간이 얼마나 나약하고 보잘것없는 존재란 말인가
천국이 얼마나 크기에 이 지구상의 많은 사람들이 갈 수 있을까 하던
종교에 귀의하고도 못 버리던 의문도 이제는 하지 않는다
저 우주 어디엔들 못 가리

앞으로 오는 인간들이 수 많을 지라도 모두가 갈수 있다는 공간인 것을 안다
벌써 꿈도 없는 중늙은이가 되었다는 말인가
항상 7살 소녀로 살고 싶은데
늘 꿈속을 걷는 행복한 소녀로 머무르고 싶은데.


차츰 눈을 뜬다
우주가 아무리 광활하고 멀리 있어도
어젠가는 가게 될지 모른다는 막연한 생각을 해본다
유체를 이탈하고 잠자리 날개라도 달고 날을 지도 모른다

지금은 내가 꽃피우고 가꾸어야 할 소우주가 있다
내가 머무르고 내 사랑하는 가족이 함께하는 곳

우주 속의 점 하나
이 세상 던져질 때 빈손으로 와서
'나는 누군가' 하고 수없이 던진 질문들이 모여 사는 곳
작은 공간에서 큰소리치며 아웅다웅 살아가는 점의 집합체 이 작은 집이 내 전부인 우주라는 것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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