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백일홍 한 송이
채린
거위벌레가 듬성듬성
잘라놓은 상수리 나뭇가지
호젓한 산책길의 마음을 어지럽힌다
머지않아 다가올 가을이기에
귀여운 다람쥐 생각에 더욱 아련하다
딸과 함께하는 소통의 시간
금사라기보다 귀하다고
입버릇이 된 엄마
"엄마야, 언니야" 자주 묻는
부러움의 눈초리들
그 회오리에 음전한 그녀가 당당이 서 있다
종종머리가 잘 어울리는
멜빵바지가 더 품격을 말한다
고운 미소 훔쳐본 시계가
부지런을 떨다가 계면쩍게 눈을 흘긴다
나의 가을은
아직 출발신호를 기다리는데
이렇게 고혹적 향을 풍기는데
저 눈치 없는 귀뚜리는
계절을 알리네
사진제공- 카추리나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