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꽃아 동박새야 채린(綵璘) 바다가 포효를 하는 이른 시각 오동도가 깨어난다 씨끌찌글찍찍찍 동박새들이 저마다의 소리로 숨어서 열창한다 고혹한 동백을 한층 돋보이게 함인가 붉은 꽃에 노오란 술 환상의 짝궁 절벽 위에 해를 머금고 선 아름드리 바위 위에 떨어진 한 떨기 동백꽃 선혈이 낭자한 모습 아프도록 곱다 왜장을 끼고 뛰어내린 미인을 떠올린다 오동동오동동 신우대로 주렴을 내리고 기다림의 시간을 재고 있다 발소리에 님인양 반기려다 겸연쩍어 얼굴 가린 동박새 흰 등대 붉은 등대 마주 서듯 동백꽃 동박새 함께 어여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