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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린 ♡ 시인방

삼진날의 설렘 (음력 3월3일)

작성자채린1|작성시간24.04.07|조회수46 목록 댓글 0

제비

 

삼짇날의 설렘

 

 

보송한 내의를 벗기가

못내 아쉬웠는지 쉬엄거리더니

산뜻한 이발을 하고

봄을 밀어내며 여름을 재촉한다

겨울에서 여름으로 바꾸어 놓고 우쭐거린다

오래된 동네

새로 들어선 집들 사이

행복이 흐르는 개울 같은 집이 있다

겨우내 침잠해있던 마당이 깨어나고

뒤란 개나리가

매화가 나란히 웃음 짓고

상추가 부추가 소록소록 올라온다

텃밭 지기 머위가 살가운 눈으로 바라다본다

비어있던 개집에도 주인공이 버티고

하얀 토끼가 굵은 눈망울 굴리며

작은 집을 더 작게 하며 오소리처럼 설레게 한다

구들목을 덥혀주던 묵은 이불들이

빨랫줄에 나란히 일광욕하고

길가 새로 단장한 동백들이 작은 키를 맞대고 수런거린다

가만있던 도화가 봉곳이 얼굴을 붉히며 마을 이장처럼

마이크를 열어 외친다

봄이란다

우리 세상이다

마음껏 뽐내자

우리 보금자리 마음껏 자랑하자

행복이 흐르는 도원으로

내일모레면

저 앞 빌라 지하주차장 처마 밑에 살던 제비가

강남 갔다가

어떤 턱시도를 입고 올지

어떤 선물을 들고 올는지

이번에 들려줄 이야기는 어떨지

가슴 팔딱이는 따뜻한 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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