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터득 ♤
- 시 : 돌샘/이길옥 -
마늘을 까고 있는 아내의 등 너머에서
봄볕이 고개를 갸웃한다.
아내가 깐 마늘에 박힌
연한 싹을 본 탓이리라
기이하게 여긴 탓이리라
그물망에 갇혀
흙냄새도 맡지 못하고
시들시들 말라가도
손길 미치지 못했는데
마음 한 번 주지 않았는데
웬 싹?
아내의 손끝에 묻은 마늘 냄새로
코가 얼큰한 봄볕이
물 없이도
흙이 없어도
보살핌 하나 없어도
싹은
때가 되면 촉을 올린다는 이치를
아내의 등 뒤에서
고개 끄덕이면 터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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