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신 ⊙
- 시 : 돌샘 이길옥 -
하느님
당신의 사랑은
언제 쓰시나요?
부처님
당신의 자비는
어느 때 베푸시나요?
지금까지 당신들을 찰떡같이 믿고
개 끌려가듯 따랐는데
한 번도
당신들이 사랑, 자비를 받아본 적 없으니
그리 귀하고 소중하고 아깝던가요?
뻔하게 눈 뜨고 바라보면서
천국으로 오너라
극락으로 와
뻔뻔하지 않으세요.
죽어
천국 가고 극락에 가면 뭐하나요.
가시밭이라도 이승이 좋다는데
뒷짐 지고 뒤로 물러나 서서
우리보고만 사랑하라 닦달 마시고
저희보고만 자비 베풀라 채근 마시고
당신들이 직접 나서서
사랑 보따리 확 풀어보고
자비 담아둔 항아리 팍 쏟아보세요.
그래야 우리도 고개 끄덕일 게 아니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