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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다림 ⋅ 4 ◎
- 시 : 돌샘/이길옥 -
덧칠한 칠흑으로 질척거리는 오밤중
느닷없이 개 짖는 소리가 어둠을 파고든다.
움찔 놀라는 어둠의 몸서리에 소름이 돋는다.
이 야심한 시간에 누가
개의 신경에 칼을 댔을까.
소리 죽여 조심스럽게 걷는 발소리까지 놓치지 않는
개의 청각에 긴장의 뿌리를 심어놓고
먹을 갈아엎은 어둠을 밟고 불쑥 나타날
못난 자식을 기다리는 속앓이
뭉텅 잘라 물고
또 한 번 컹컹
어둠까지 물어뜯는 개의 신경질에 걸린 기대로
어머니의 가슴은 시커멓게 탄다.
어머니란
숯검정같이 캄캄한 기다림의 세월을 빨아
백발로 한을 풀어야 하는 걸까.
잠깐 뜸을 들이던 개가
기력을 회복한 성질에 날을 세우더니
어둠의 살을 사납게 물고 늘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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