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毒酒 ◎
- 시 : 돌샘/이길옥 -
독한 술의 심술은 마력 덩어리다.
이놈이 맘만 먹었다 하면
사람들은 그의 노리개가 되고 만다.
이놈이 쳐놓은 덫이나 그물에 걸렸다 하면
실성하지 않고 배길 재간이 없다.
이놈의 위력은 대단해서
같이 놀아주기만 하면 본성을 드러내고
몸속 구석구석을 제집 드나들 듯 휘젓고 다니면서
으름장을 놓는다.
으름장에 주눅이 든 몸이
중심을 잃고 허물어지면서
히히 웃다가 흑흑 흐느끼는 꼴을 보이는 때를 놓치지 않고
최후의 일격을 가하여 혼을 쏙 빼먹는다.
이놈은 끝내주는 재주 하나로
세상 물정에 독이 오른 자들만 골라
간덩이를 부풀려주고 나서 쥐락펴락
염장에 불을 지르는 음흉한 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