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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샘 ♡ 이길옥

바람 들다

작성자돌샘/이길옥|작성시간21.12.18|조회수123 목록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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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들다> - 돌샘 이길옥 - 해동의 밭고랑에 양다리 걸치고 중년 부인이 황토 두둑을 깔고 앉아 호미질을 하는데요 호미 날에 팔뚝만 한 무가 ‘퍽’ 찍혀 나오는 거예요. 예전과 찍히는 소리가 전혀 달라 요상 타 여긴 부인이 호기심에 침을 발라 호미 끝에 걸린 무를 꺼내 두 동강을 내고 보니 손가락이 들락거릴만한 구멍이 숭숭 뚫려있지 않겠어요. 바람이 잔뜩 든 것이지요. 깜짝 놀란 이 부인 얼굴에 화끈거리는 부끄러움이 핏물로 확 달라붙고 말았어요. 봄만 되면 바람이 드는 자신을 보고 말았으니 오죽하겠어요. 땅속에서도 부인의 속내를 다 읽고 있었으니 얼마나 황당하였겠어요. 흙을 덮고도 부인이 감춰둔 내막을 훤히 꿰뚫어 보고 있었으니 얼마나 당황했겠어요. 무에 들킨 부인의 봄 앓이가 숭숭 뚫린 구멍에 몸을 숨기느라 진땀을 배는 무밭 황토 두둑을 봄바람이 걸터앉아 오동통한 부인의 장딴지에 눈독을 들이는 나른한 봄날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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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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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만다라. | 작성시간 21.12.20 뭍어두었던 무. 겨울 양식이 아니였가요
    밭둑에 뭍어두고 겨울 양식으로 먹었던 기억이나네요
    지금도 무 배추 감자 뭍어두고 먹겠지요 시골에서는
  • 답댓글 작성자돌샘/이길옥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1.12.20 만다라. 님, 댓글로 같이 해주시어 고맙습니다.
    바람이 드는 것은 무뿐이 아니라 사람도 마찬가지가 아닌가 여겨져 살짝 비유해보았습니다.
    특히 계절이 바뀌면 몸 단장하여 바람을 타고 싶은 심사가 있음을 짚어보았습니다.
    물론 다는 아니지만.
    추위 이기는 겨울나기가 되시기 바랍니다.
  • 작성자남천 강병선 | 작성시간 21.12.21 돌샘선생님 오랜만입니다.
    봄바람난 여인은 남편이 없는 과부인지 모르겠군요.
  • 답댓글 작성자돌샘/이길옥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1.12.21 남천 강병선 선생님, 찾아주시어 고맙습니다.
    봄은 여인의 계절이라 했던가요?
    모든 여인이 봄이 되면 몸이 근질거리고 마음이 들뜬다고 합니다.
    자기를 잘 다스리는 여자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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