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의 방식>
- 시 : 돌샘/이길옥 -
울긋불긋
가을 색이 나른한 오후
눈치 없이 주춤주춤 내려온 산 그림자가
깊게 금이 간 낡은 벤치에
낙엽을 친구로 앉은 노부부의 곁으로 다가가
꼭 잡은 손에서
가을볕을 빼앗고 있다.
평생을 당하고 살면서
놓지 않은 손에 통하는 따뜻함으로 버틴
결 고운 가을볕까지 넘보는
산 그림자가 얄밉지만
말없이 일어나 낡은 벤치에 남긴 온기를
산그늘이 옮겨주고
너그럽게 눈웃음을 나누며
두 손 꼭 잡은 채
발밑 낙엽의 안부를 염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