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의 근거 · 1>
- 시 : 돌샘/이길옥 -
늦가을 새벽 산행.
바람의 기척도 없는데
휘청 굴참나무 끝 가지가 흔들린다.
한여름 내내
뜨거운 태양을 끌어들여
은밀한 내통으로 기진한 잎이
우수수 떨어진다.
호기심을 발동시켜 올려다보니
청설모 한 쌍이
부끄러움을 벗어던지고
새벽부터 사랑놀이가 한창이다.
쫓고 쫓기는 재롱이
나뭇가지를 흔들다 건너와
내 입가에 웃음의 씨를 뿌리며
좋아라. 펄쩍펄쩍 뛴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번지는 환한 웃음
한 다발 내려놓고 산을 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