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밀이>
- 시 : 돌샘/이길옥 -
1.
노모의 억센 갈퀴손이
질퍽한 개펄을 더듬어 고막을 줍는다.
굽은 허리
땀 밴 치마끈으로 질끈 동여맨 뒤
왼발 뻘배에 꿇리고
오른발로 오리 발차기 하듯
팔십 평생을 밀어내며
뻘을 뒤져 꼬막을 찾고 있다.
2.
비 온 뒤
빗물 고인 재래시장 좁은 골목을
갯고랑이듯 배 한 척이 천천히 들어선다.
배에 실린 낡은 녹음기 입천장으로
벌써 고전이 된 유행가가 테이프에서 풀려나며
서럽게 서럽게 울다 목이 쉰다.
사공의 오체투지가
절단 난 무릎에 덧댄 타이어 밑에 깔리고
그 곁의 텅 빈 깡통에 빗물이 고여 있다.
3.
가뭄이 죽어 못사는 황톳길
푸석푸석한 먼지를 바람이 건들고 있다.
목마름으로 뒤척이는 갈증을 못 이긴
지렁이 한 마리
황톳길을 덮고 시시덕거리는 먼지에
온몸으로 고통을 일필휘지한다.
필생을 다 적지 못한 한을
S자로 비틀어 굽히면서 배밀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