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세 ⋅ 2>
- 시 : 돌샘/이길옥 -
술자리를 같이한 친구가
소주 서너 잔에 혀 꼬부라져 하는 말
자기는 세기의 술꾼이란다.
옆자리에 앉은 다른 친구
한 전 더 하더니
눈동자가 풀리며 하는 말
자기는 희대의 주당이란다.
두 친구의 주정에 콧방귀를 뀌며
한 잔 더 마신 앞자리의 친구
맥 풀려 술상에 고개 박으며 하는 말
자기는 술의 경지를 넘어선 주선이란다.
아직 정신 멀쩡한 나는
이제 막 술맛 당기는데
친구 놈들이 좋은 이름 다 써먹고 나니
적당한 이름이 없어 그냥
술 태백이라 해야겠다.
아니지
제 놈들보다 좀 더 세니 주신酒神이 적당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