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백마 / 김별
나도 당근을 좋아하고
나의 말도 당근을 좋아해서
시장에 갈 때마다 사 오는데
게으른 내가 제대로 챙겨주지 못하거나
술통에 빠져 살다 보니
녀석이 어느새 혼자 다 먹어 치우고 만다.
그리하여
녀석은 이제 버릇처럼
당근 훔쳐 먹는 재미에 푹 빠져
마른 풀은 먹을 생각도 않고
게으름만 피우는데
마음 약한 나는 그래도 그것이 가여워
다시 시장으로 향하지만
백마야
그래도 초원을 잊지 말자
때가 되면
저 거친 광야로 힘껏 달려 나가야 하지 않겠느냐
그날을 기다려야 하지 않겠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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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답댓글 작성자김별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16.03.02 달콤한 당근이 요즘 더 맛있더군오ㅡ.
귀한 걸음감사합니다 -
작성자자온 작성시간 16.03.02 때가 오길 기다리는
가엾은 앉은뱅이
때는
오는게 아니라
내가 가는것이라는걸
알면서도
때가 오길 기다리는 우리네들 -
답댓글 작성자김별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16.03.02 깊어가는 밤, 자온님 편안하시지요.의미가 큰 질문을 주셨네요. 앉은뱅이로 산 세월 길지요. 지치고, 포기하고 싶고...어쩌면 의지조차 잃어버렸는지도 모르지요. 그래됴, 기다리기 보다 이제 스스로 일어나 때를 만들어야 할까 봅니다. 그것이 맞나 봅니다. 자온님의 봄은 더 뜨거울 것 같네요. 편안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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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일례 작성시간 16.03.07 그러게요..
너무 당근에 익숙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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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김별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16.03.09 주일례님 안녕하세요.
말씀처럼 당근에 길들여진 삶,,,,
그렇지만 초원을 포기할 수는 없는 것이겠지요.
님께서도 말을 달려 나가실 날을 기원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