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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별 ♡ 시인방

그대의 봄

작성자김별|작성시간16.04.09|조회수597 목록 댓글 10


그대의 봄 / 김별


완연한 봄날입니다.

꽃샘추위에

변덕스런 바람에

추웠다 더웠다 갑자기 곤두박질 친 날씨가

하루아침에 눈보라 치고 다시 겨울


봄은 아직 멀었다고

집어넣었던 겨울 외투 다시 꺼내 입고

봄은 절대로 쉽게 오지 않는다고 철학자처럼 심오하게 말하며

실망하고 달달 떨며 불평불만이나 했는데

눈길 가는 곳마다 산수유 매화 개나리 진달래 살구꽃까지

넋두리나 하는 새 벌써 다 피고 구경할 틈도 없이

바람 없이도 벌써 꽃비를 뿌리고 있네요


우리네 생도 이렇게 쓸데없이 동분서주 하다 거덜 나고

행복이란 헛된 꿈만 쫓다가 청춘을 잃고 백발이 되어

이파리마저 잃은 가지마다 자욱이 무서리꽃 핀 어느 아침

갑자기 찾아 온 낯선 손님의 뒤를 따라

신발도 싣지 못한 채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길을 나서야겠지요


청량한 기운과 넘쳐나는 신선함

온갖 꽃들과 새롭게 태어나는 연초록의 끝없는 향연

우주의 생명수를 뿌리는 양 쏟아지는 눈부신 햇살

보이고 느끼는 만져지는 모든 것들이

눈을 감아도 경이로움으로 가득합니다


이렇게 좋은 날이기에

병든 몸으로도 살아 있음이 감사합니다

그렇기에 오히려 잊고 산

삶의 덧없음도 슬픔도 새삼 느낄 수 있나 봅니다

삶의 진실과 아름다움은

시련과 고단함 속에서 연꽃처럼 피는 줄만 알았는데

꽃상여의 행렬조차 아름다운 날이기에

생이 오히려 더 애틋하고 진하게 다가왔나 봅니다


이제 더 시간이 흐르면 목련도 지고

아카시아 라일락 장미까지 산천과 도시를 점령하겠지요

그럼 또 어느 하루 마음을 잃고

빈껍데기의 몸만 남아 허공을 부유하겠지요

그렇지만 오늘은 이 봄이 다 가기 전

한가로이 좋은 이를 그리워하다

적지 못한 사연을

뭉게뭉게 구름꽃으로 키워보는

넉넉한 호사도 누려보겠어요


이제 새삼 세상에 무슨 크고 대단한 것을 바랄까요

넉넉함과 여유로움을 가져보는 것보다 더 큰 행복이 있기는 있을까요

지난 사연이 무거웠다면 그만 다 내려놓으시고

이 봄은 꽃잎처럼 향기롭고 가벼우소서

그리고 맑은 물이 흐르거든 조용히 몸을 뉘이고 눈을 감으소서

이 봄이 설령 생에 마지막 향연이라 해도

이 봄은 온전히 그대를 위한 교향악인 것을요

그리하여 능선으로만 이어진 길을 따라 여기까지 온

남루한 생이

아픈 사랑이 얼마나 아름답고 고마운 것인지

너무 늦었지만 이제 다 알았으니까요


오늘은 그대의 헝클어진 머리를 쓸어 올려

개나리 노란 화관을 씌워드리겠습니다

당신은 이미 여왕이신걸요

그런 당신을 사랑합니다.

축복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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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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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댓글 작성자김별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6.04.09 목련을 보며 몇 며칠 봄앓이를 하셨다니, 제 마음인 듯 합니다.
    단 며칠 눈부실 꽃을 피우기 위해 나무는 겨우내 얼마나 마음 졸이여 준비했을까요.
    그 마음으로 해서 사람마음이 더 애틋한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그 꽃 진 자리마다 나무는 한 해를 쓸 이파리를 총총총 별처럼 달아나가겠지요.
    후밀리따스님의 애틋한 마음이 봄꽃입니다. 그 어렵게 피운 봄꽃을 곧 꽃비로 뿌려야만 하는 마음이고,,, 혼자 눈물을 감추는 마음이겠지만,,, 또한 꽃 진 자리 열매를 맺는 마음인 줄 압니다. 사랑이 진 자리는 이별이 아니라 더 큰 사랑을 위한 아름다움이듯이... 희망이라 말씀하신 그 마음,,, 아픔으로 피운 사랑이라 하겠습니다. 감사
  • 작성자희애 | 작성시간 16.04.09 우리네 인생이 다 그런거 아니겠어요^^ 사는날까지 행복하게 살다 가는게 행복이라고 생각해요^^ 좋은 글에 머물다 갑니다
  • 답댓글 작성자김별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6.04.09 희애님께서 어려운 문제를 쉽게 풀어주셨네요. 우문에 대한 현답처럼 명
    쾌합니다. ^^* 그래요 어렵지 말고 편히 생각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냥 행복하게 살아요. 그냥 이란 말,,, 모든 것을 포괄하는 힘을 가진 것 같습니다.
    넉넉하고 즐거운 봄날입니다. 감사합니다.
  • 작성자아름다운 나 | 작성시간 16.04.10 감사 합니다.
    좋은 글 잘 읽어습니다.
    댓글 첨부 이미지 이미지 확대
  • 작성자주일례 | 작성시간 16.04.11 입가에 웃음 흘리며
    자목련도 품고 시인님 시도 품고
    감사히 머뭅니다.
    행복한 봄날 되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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