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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별 ♡ 시인방

4월 편지

작성자김별|작성시간16.04.26|조회수426 목록 댓글 11


4월 편지 / 김별



이팝나무 꽃이 벌써 피었습니다.

그렇건만

4월이 다 가도록 소식 한 자 전하지 못합니다.


세상에서 무엇인가를 한다는 거

누구가의 소식을 묻고

행복을 빌어준다는 거

그것조차 너무 미안해서

너무 염치없고 이기적인 것 같아서


촛불을 밝히고

무릎을 꿇고 손을 모으는 것조차

너무 위선이고 죄스러운 것 같아


아무 일 없이

살아있다는 것이 욕된 것 같아


세상의 연을 끊고

혼자 조용히 죽음을 기다리는 사람처럼

소리쳐 불러도 무심한 산처럼

오늘 하루를

뜬구름처럼 살아 있기에 살아 있습니다.


그래도 살아 있다는 것이

설령 욕이 되어도

송장보다는 그래도 조금은 나을 것 같아

붙이지 못할 편지를 쓰고

좀이 슨 봉투를 찾았건만

그것이 또 아파

불도 켜지 못한 어두운 저녁

그만 아궁이에 던지고 말았습니다.


미안합니다.

미안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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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자온 | 작성시간 16.04.26 어쩌다가 4월을 홀대하셨나봐요 ㅎ
    습관같은 삶의 고민들이
    귀멀고 눈멀게 하는 방해공작을 펴는 바람에
    찬란한 4월에게
    해준것 없이 떠나보내야 하는심정 저도 마찬가지에요ㅎ
    건강하게지내시는지요
    기온차로 인해 고생들 하시더이다 주위분들~
  • 답댓글 작성자김별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6.04.30 해마다 4월은 마음도 몸도 아픈 것이 저만의 일은 아닐겁니다. 그렇게 아파야 무난히 5월을 맞을 수 있나 봅니다. 그리운 이들은 아직 소식이 없고, 애절함이 가득한 봄입니다.
    그렇게 4월도 다 갔습니다. 자온님은 늘 잘 소박한 아름다움과 행복을 누리시며 잘 계실 줄 압니다. 한결 같은 모습을 뵐 수 있어 고맙습니다. 5월에는 더욱 행복하세요
  • 작성자이브니 | 작성시간 16.04.27 오랜만에 인사 드립니다. 김별님
    일상의 무료함,매일의 진부함
    누구나 겪고 느끼며 사는거지요

    그러나 오늘 지금 찰라의 이 순간
    갖는 작은 행복도 무시할 수 없는
    감사함으로 이어 가려합니다

    붙이지 못할 편지를 쓰고
    그만 아궁이에 던져 버리기 까지

    수 없이 괴로워 하고 번뇌했을
    시인의 슬픈 사랑이 아릿하게 전해지는
    4월 마지막 주 4번째 화요일 입니다

    건강 잘 챙기시고 행복한 5월 맞이 하십시오
  • 답댓글 작성자김별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6.04.30
    이브니님 안녕하세요. 무료하고 진부한 일상에 지쳐 오래도록 소식조차 드리지 못했습니다.
    그렇지만 다시 소소한 별 것 아닌 일상으로부터 행복을 가려내도록 노력해야겠지요.
    시인으로 4월의 거칠고 깊은 강물을 다 건너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웃고 떠들고 즐기며 봄날을 건너지 못함을 님께서도 공감해 주시니 오히려 송구스러운 마음입니다. 어둡고 깊은 얘기는 하지 않았으면 했는데... 늘 따듯하고 작지만 마음을 담은 소중한 이야기를 하고싶은데... 좋은 사람들과는 그래야 되는데... 그것이 또한 미안합니다만,, 이제 4월도 다 갔으니
    아름다운 계절을 맞아야겠요. 아름다운 계절에는 아름다운 이야기 하기로 해요. 편안하세요.

  • 답댓글 작성자김별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6.04.30 김별 이브니님의 정성어린 귀한 말씀, 가슴에 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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