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와 입을 씻다 / 김별
요즘은 퇴근 후에 컴컴하고 싸늘한 길을 걸어
매일 약수터를 간다
그리고 약수를 뜨는 대신
돌샘을 넘치는 물을 받아 귀를 씻는다
하루종일 눈을 감고 살고 있건만
귀를 의심하게 하는 말을 너무 많이 들어서
너무도 어처구니가 없는 말
말 같지도 않는 말을 너무 많이 들어서
귀를 씻지 않고는 잠조차 잘 수 없기에
더러워진 귀를 씻는 것이다.
그리고 다음으로
몇 번이고 입을 행군다.
못 들을 말을 수없이 듣다 보니
나 역시
향기롭고 달콤한 말 대신
험하고 아름답지 못한 말
가시 돋친 말을 수시로 내뱉어
더러워진 입을
몇 번이고 행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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