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집 / 김별
나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집을 갖고 싶어
봄을 기다려 진달래며 싸리꽃이 피는
능선을 따라 붉고 곧게 선 소나무가 푸르고
계곡으로는 참나무가 많아
가을이면 다람쥐가 도토리를 감추기에 바쁜
부드러운 산 아래
진흙과 목재를 섞어 벽난로가 있는
아담한 집을 짓고
뒤울에는 대나무도 심으려 합니다.
새벽녘 일찍 잠이 깬 날은
대숲에 이는 바람소리를 들어야 하니까요.
그리고 철마다 꽃을 볼 마음으로
울타리 삼아 산수유 매화 살구 석류 왕벚나무를 심고
때죽나무 동백도 심어야지요.
울타리 옆에는 감나무 대추나무도 한 그루
사과나무 배나무 모과나무
창에서 잘 보이는 곳에는 자귀나무를 심으려 합니다.
마당에는 등나무와 라일락 그늘을 만들어
평상을 놓고 근사한 그네도 하나 만들어야지요.
대문이며 야트막한 울타리에는 붉고 노란 넝쿨장미를 수놓고
박꽃이 피던 뒤울 돌담으로는 나팔꽃이 피는 아침을 맞고 싶어요
그리고 집 앞을 흐르는 작은 시냇물가에는
예쁜 돌다리도 만들거예요.
이슬이 맺히는 새벽 여름이면 산딸기
가을이면 으름 다래를 따고 산더덕도 캐러 가야하니까요
그리고 물길 폭이 넓은 곳을 택해
아이들이 물장구치며 놀기 좋을 만큼의 자리를 닦아
송사리떼의 놀이터도 만들어 주고 싶어요.
그럼 오솔길따라 초롱꽃 은방울꽃 으아리꽃
한적하고 큰 바위 옆엔 화사한 작약꽃
술패랭이 분홍꽃도 이웃으로 둘 수 있을 겁니다.
마당 옆으로는
비닐하우스도 크지 않게 두 동쯤 지으려 해요.
한쪽에는 고추며 가지 쑥갓 상추 방울토마토도 몇 포기
오이며 딸기 배추며 무도 몇 포기
사철 싱그러운 푸성귀들을 가꾸고 싶어요.
요정 같은 것들이 크는 모습을 보며 날마다
자연이 주는 깨끗한 미소를 배우고
오래도록 식상해진 입맛
그 옛적 고향 어머니의 손맛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서요.
다른 하우스에는 고추도 널고 비오는 날이면
호박전도 부쳐 먹을 수 있도록 화덕도 하나 걸어야지요.
그곳에도 평상이 하나쯤 있어야겠지요.
햇살 좋은 날
늘 같이 하기에 더욱 아름다운 사람과 마주앉아
잘 익은 술도 마시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한가로운 날이면
좋은 이들을 불러 밤이 늦도록 같이 할 수도 있을 테니까요.
그리고 창고도 하나 만들어야겠지요.
겨울에 땔 장작도 쌓아 놓아야 하고
텃밭을 가꿀 호미며 괭이 낫 삽
톱이며 도끼 생활에 필요한 연장도 보관해야 하니까요.
그리고 마당 한적한 곳에는
강아지도 둘 마리
고양이도 두 마리
닭도 몇 마리
사이좋은 또 다른 가족을 만들고 싶어요
그럼 철따라 새소리 바람소리 풀벌레소리
달맞이꽃이 피고 개똥벌레가 등불을 들어 떠다니는 꿈같은 밤이면
별똥별이 떨어지는 동화 속 풍경은 덤이겠지요.
그럼 세월을 잊고 일곱 살 소녀 소년이 될 수 있을 겁니다.
그렇게 정성껏 짓고 다듬고 가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집에서
당신과 함께
날마다 마주보며 웃으며 닮아가며
시를 쓰며 흙을 만지며 함께하는 즐거움으로
남은 날들을 하루하루 넉넉하게 채울 수 있기에
지상에서 아무것도 더 부러울 것이 없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게 살고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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