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처럼 / 김별
바람처럼 살 수는 없었을까.
거세게 몰아쳐
어느 메마른 가슴을
폐허로 만들고
다시 꽃밭으로 만들었어도
아무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린 바람처럼
그렇게 살 수는 없었을까
어쩌면
없는 건지도 모르는
진실과 아름다움을 찾아온
멀고 먼 황사의 길
그 길 위에
꽃잎처럼 뿌려지지 못하고
쇠사슬을 끌고 온 핏자국
삶이여!
나의 시여!
순백의 설원을 발자국도 남기지 않고 건너간
바람처럼
그렇게 가볍게
세상을 건널 수는 없었을까
그렇게 사랑을 이루고
지울 수는 없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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