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어
/ 김별
항아리가 있다
눈물이 가득히 고여 있는 항아리
뒤울 안
볕 안 드는 진자리에
이제는 쓸모없는 짐으로 남아
아무도 돌보지 않는 오지항아리
첫닭이 홰치도록 베를 짜다가
어린것을 등에 업고
재 넘어 이어 나른 강물이
눈물이 되었던가
바람따라 떠다니는
손(客) 같은 사람과
어린것을 위해 떠놓고 빌고 빈 정화수는
또 몇 동이의 눈물을 보탰던가
말을 하면 쇠(牛)눈에도 눈물이 돌아
한 둥치 실타래를 다 풀어도 닿을 수 없는
강심으로 깊었거늘
하늘에서 강물이 퍼붓고
배마저 떠내려 가버린 한 생
벼랑 끝에
신발 가지런히 벗어 놓고
눈에 밟히는 것들
다는 버리지 못해
기어이 모진 목숨
던지지 못했던가
대광주리에 삼(麻)올로 사려져
엉켜버린 한 생
못다 푼 모래알 같이 많은 날들이
끝끝내 소태보다 쓰디쓴 욕으로 남아
병든 육신과
쇠사슬 같은 악연과
귀하고 귀하더니
품안의 것이 아니었던가
이제 그만 잊으세요
이 술 한 잔 받으시고
가득한 눈물
강물로만 돌려보내세요.
달도 없는 밤
내어 걸 등도 없는 밤
이제 강물을 강물로만 흐르게 하세요
삭을 대로 삭아버린
차마 삼킬 수도 없는 그 독하고 싸한 세월
이 술 한 잔 드시고
이제 다 잊으세요
어머니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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