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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별 ♡ 시인방

홍어

작성자김별|작성시간23.05.08|조회수48 목록 댓글 0

홍어 

/ 김별 

 

항아리가 있다  

눈물이 가득히 고여 있는 항아리  

 

뒤울 안  

볕 안 드는 진자리에  

이제는 쓸모없는 짐으로 남아  

아무도 돌보지 않는 오지항아리  

 

첫닭이 홰치도록 베를 짜다가  

어린것을 등에 업고  

재 넘어 이어 나른 강물이  

눈물이 되었던가  

 

바람따라 떠다니는  

손(客) 같은 사람과  

어린것을 위해 떠놓고 빌고 빈 정화수는  

또 몇 동이의 눈물을 보탰던가  

 

말을 하면 쇠(牛)눈에도 눈물이 돌아  

한 둥치 실타래를 다 풀어도 닿을 수 없는  

강심으로 깊었거늘  

 

하늘에서 강물이 퍼붓고  

배마저 떠내려 가버린 한 생  

벼랑 끝에  

신발 가지런히 벗어 놓고  

눈에 밟히는 것들 

다는 버리지 못해  

기어이 모진 목숨  

던지지 못했던가  

 

대광주리에 삼(麻)올로 사려져  

엉켜버린 한 생 

못다 푼 모래알 같이 많은 날들이  

끝끝내 소태보다 쓰디쓴 욕으로 남아  

병든 육신과  

쇠사슬 같은 악연과  

귀하고 귀하더니  

품안의 것이 아니었던가  

 

이제 그만 잊으세요  

이 술 한 잔 받으시고  

가득한 눈물  

강물로만 돌려보내세요.  

 

달도 없는 밤  

내어 걸 등도 없는 밤  

이제 강물을 강물로만 흐르게 하세요  

 

삭을 대로 삭아버린

차마 삼킬 수도 없는 그 독하고 싸한 세월

이 술 한 잔 드시고  

이제 다 잊으세요  

어머니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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