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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별 ♡ 시인방

꽃과 별

작성자김별|작성시간23.05.13|조회수70 목록 댓글 0

꽃과 별

/  김별

 

김춘수의 시, “꽃”에서처럼

누군가 우리의 이름을 불러 주지 않았어도 

우리는 이미 꽃이었습니다.

 

세상의 외진 곳에서 

이름 없는 들꽃처럼 살았어도

외딴 바닷가에서 이름 없는

어부로 살았어도

우리는 이미 꽃이었고 별이었습니다.

 

힘 있는 권력자 부자들이

우리의 이름을 불러주지 않았어도

우리는 자유롭고 평화롭게 살아가는 아름다운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들이 통치 수단으로써 만든 

윤리도덕과 법으로 

우리를 옭아매기 이전부터

우리는 이미 행복하게 살아가는 

선량하고 정의롭고 

인정 많은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런 우리들은 서로를 사랑하며 

더할 것도 덜 것도 없는 온전한 정을 나누며 

품앗이를 하고 두레를 먹고 함께  어울려 

이미 대동세상을 이루었건만

 

우리의 것을 모두 부정하고 파괴한

그들의 힘 앞에  갑박당한 우리는

결국 그들이 부르는 대로 불려 나가

그들에게 철저히 길들여지고

더러는 그들의 하수인이 되어 완장을 찾고

머슴이 되고 첩이 되고 기생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단호히 거부합니다.

강가에 수많은 조약돌처럼 살아도

벌판에 가득한 풀꽃처럼 살아도

그것이 진정한 행복이고 아름다움이고

생의 진정한 의미입니다.

 

제발 더는 나의 이름을 부르지 말아주세요.

제발 그냥 이대로 살게 내버려 두세요.

 

왕후장상의 씨가 따로 없다 했듯이

하늘이 낸 목숨 중에 어디에 고결하지 않은 이가 있던가요.

누가 천하고 누가 귀하던가요.

 

세상에서 가장 큰 죄악은 차별,

단지 사람이기에 누구나 존엄합니다.

당신들이 불러주지 않아도 있는 그대로

우리는 귀하고 아름답습니다.

 

더 이상 당신들의 꽃이기를 거부합니다.

대답하지 않겠습니다.

더 이상 우리의 이름을 부르지 말아 주세요.

 

우리는 더 이상 당신들의 꽃이 아니요

우리는 이미 꽃이었소

우리는 이미 별이었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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