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문(一柱門)
/ 김별
일주문은 문이 아니다.
아무도 그곳으로
들어 오거나
나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주문은
길을 가로막고 섰지만
길도 아니다
아무도 그곳을 통해
떠나거나
돌아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문도 아닌 것이
길도 아닌 것이
일주문은 왜 거기에 섰는가
속세와 해탈의 경계쯤이라도
된다는 것인가
그렇다면
알껍질 한 장을 깨고 나온 병아리는
저 세상에서 이 세상으로
왔단 말인가
그럴 것이면
문밖이 저승길이란 말이 더 맞지 않겠는가
있으나 마나 한 문
있어서 성가신 문
없는 것이 마땅했을 문은 있어
평안하던 마음을
산문에 들어 오히려 번잡하게 하는데
술 한 잔 때문이었을까
선잠 든 꿈속의 일이었을 것이다
바람결에
누군가 내 얼굴을 만지고 지나갔다
그것이 꽃잎이었는지
여인의 손길인지 알 수 없지만
향기인 듯 남은 여운에
취기가 돌아
잠시 휘청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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