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멸보궁 / 김별
무릎이 다 상하고 손발이 다 닳토록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헌신할 수 있다면
그것이 가장 아름답고 숭고한 인생이라 생각하지만
오늘 하루조차 그 책무를 다하지 못해 죄스럽고 미안합니다.
그래서 우리네 사람들은
가슴속에 절 한 채씩
품고 산다 했기에
웃어도 웃는 게 아니고
살아도 사는 게 아닌 세월
당신인들 즐거워서 웃고
행복해서 살았을까요
그런 당신
오늘은 절에 다녀오신다 하셨지요
무더운 날씨 차편이 나쁘지는 않은 지
길은 잘 찾으실지 염려도 되지만
잘 다녀오시리라 믿었습니다.
머리를 땅에 닿도록 절을 하고
두 손을 들어 육신을 더 낮추는 반복된 동작이
존엄에 대한 경배이기보다는
나를 버림으로써
더 청정한 자아를 찾는 작은 과정인 줄 아는 까닭에
그 또한 마음이 아팠습니다.
무슨 큰 욕심으로
대단한 것을 바랐을까요
착하게 열심히 살았건만
발버둥칠수록 더 옥죄는 올무에라도 걸린 짐승처럼
목숨을 담보로 강요받는 굴종의 삶
그런 나에게는 당신이 도량이었습니다.
당신이 나의
기도처였고
안식처였고
어두운 새벽길을 나설 때
가슴을 울려주는 범종소리였습니다.
텅 빈 채
모든 걸 다 채워 준 당신,
당신이
진정 나의 적멸보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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