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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별 ♡ 시인방

적멸보궁

작성자김별|작성시간23.05.20|조회수59 목록 댓글 0

적멸보궁 / 김별

 

무릎이 다 상하고 손발이 다 닳토록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헌신할 수 있다면

그것이 가장 아름답고 숭고한 인생이라 생각하지만

오늘 하루조차 그 책무를 다하지 못해 죄스럽고 미안합니다.

 

그래서 우리네 사람들은

가슴속에 절 한 채씩

품고 산다 했기에

웃어도 웃는 게 아니고

살아도 사는 게 아닌 세월

당신인들 즐거워서 웃고

행복해서 살았을까요

 

그런 당신

오늘은 절에 다녀오신다 하셨지요

무더운 날씨 차편이 나쁘지는 않은 지

길은 잘 찾으실지 염려도 되지만

잘 다녀오시리라 믿었습니다.

 

머리를 땅에 닿도록 절을 하고

두 손을 들어 육신을 더 낮추는 반복된 동작이

존엄에 대한 경배이기보다는

나를 버림으로써

더 청정한 자아를 찾는 작은 과정인 줄 아는 까닭에

그 또한 마음이 아팠습니다.

 

무슨 큰 욕심으로

대단한 것을 바랐을까요

착하게 열심히 살았건만

발버둥칠수록 더 옥죄는 올무에라도 걸린 짐승처럼

목숨을 담보로 강요받는 굴종의 삶

그런 나에게는 당신이 도량이었습니다.

 

당신이 나의

기도처였고

안식처였고

어두운 새벽길을 나설 때

가슴을 울려주는 범종소리였습니다.

 

텅 빈 채

모든 걸 다 채워 준 당신,

당신이

진정 나의 적멸보궁이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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