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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별 ♡ 시인방

홍어2

작성자김별|작성시간23.06.10|조회수44 목록 댓글 0

홍어2

 / 김별

 

나이 구십이 넘으니

꿈도 저승 꿈만 꾼다는 어머니

이제 아무 염려마세요.

 

눈 감으면 저승이고

눈 뜨면 이승인 걸

새삼 무슨 염려신가요

 

기력도 쇠하시고 무릎꼬뱅이 아파서

내년부터는 농사 그만 할란다던 말씀

벌써 몇 년째 하시지만

 

봄이면 다시 밭고랑 일구시어

배추며 고추 감자 옥수수 호박

이지가지 찬거리  심으시며

평생을 새끼들 밖에 모르는 업으로 

호미 들고 나서시면

그게 이승인 걸요

 

장롱 깊이 고이 간직하신 삼베적삼

꺼내 입으시면 저승이고

다시 고이 접어 넣어 두시면 이승인 걸요

 

비알밭 일구시다 

좋은 시절 다 가셨다 하시지만 

오늘도  동네 한 바퀴 경로당 한 바퀴

깻잎 얹어  끼니도 거르지 않고

괭이만큼이라도 드셨으니

그래도 이승인 걸요.

 

야속한 영감 누운 자리 

풀 깎으러 오르는 길

찔레꽃도 예쁘게 피었으니 

아직 이승인 걸요

 

가슴에 묻은 자식이나

같이 늙어가며 아직 

조석으로 애태우는 자식이나

다 품 안에 것

 

오면 이승이고

못 오면 저승인데

 

기다린들 뭣하고

항시 대문을 열어 둔들 뭣하나요

 

그렇건만 먹을 만큼 먹은 나이에도

철딱서니 없는 나는 

어머니의 가랑잎 같은 몸과

갈퀴가 되어버린 손에

왜 자꾸만 눈물이 날까요

 

카네이션 달아드리면 이승이고

국화꽃 달아드리면 저승인데

 

왜 자꾸 못난 생각만 할까요

왜 자꾸 불안한 생각만 들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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