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국
/ 김별
삭막한 겨울 벌판에
봄의 요정이 찾아오듯이
날마다 노을만 보았던 저문 언덕에서
오늘은
보리밭에 일렁이는 파도를 타며
종달새 인양 노래하는 당신을 만났습니다.
그 순간 폐허가 되어버린 내 가슴 벌판은
싱그러운 바람이 불고 생명의 기운으로 가득합니다.
당신은 꽃의 영혼을 가지고 있었을까요
노래하고 춤추고 한 바퀴 돌 때마다
형형색색 신비로움을 더하는 수국으로 피어납니다.
연일 이어지는 폭염과 천둥 벼락 속
장마전선도 북상 준비를 끝냈다 하지만
어느새 발걸음은 날아갈 듯 가볍고
칙칙한 어둠이 지배하던 골목길은 꽃수레와 폭죽의 향연입니다
흑달 같은 어둠만 떠다니던 밤하늘은
도시의 불빛조차 압도하고 남을 만큼
무량수의 별들이 쏟아질 듯합니다.
****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