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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별 ♡ 시인방

무와 공

작성자김별|작성시간23.07.11|조회수58 목록 댓글 0

無와 空

/ 김별

(삼가 형님의 명복을 빌며 이 시를 적는다)

 

사람이 죽는 날을 

사주를 짚어보면 길일로 나온다고

 

고단한  삶의 고리를 끊고

비로소 편안한  영면에 들었으니 어찌 길일이 아니겠는가

 

그렇게 좋은 날이기에

복지사가 그의 죽음을 발견한 

고독사라 했지만

 

인생이란 누구나 언제나 외롭고

혼자가 아니던가

새삼 무엇을 

누구의 잘잘못을 탓하고 

가책하겠는가

 

죽음도 산 자들의 몫

얼굴을 잊을 만큼 잊고 살았던 

피붙이들을 다시 만나고 어깨를 두드려 줄 수 있어 오히려 위안이라 해야 하지 않겠는가

 

미움도 사랑도

죽음으로서 

다 無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더 이상의 갈등도 앙금도 연기처럼  사라지고 空이 되는 것이라고 

말해 주고

술잔을 들었다.

 

저승길은 멀지 않다

문밖이 저승이라 하지 않던가

하니 무슨 긴 이별이 필요하겠는가

 

어린 상주들에게 제사를 잘 지내라 했지만

그 뜻을 설령 헤아리지 못한다 해도 

무슨 소용이겠는가

 

다만 너무 늦어버렸더라도

다 망가진 가문의 초석을 다시 다져야 하건만 나의

부족함과 무능함이 난감하구나

 

마지막으로 그의 영정 사진에 얼굴을

만져주고 가슴에서 솟아오른 오열을

감당하며 돌아서야 했지만

 

내가 저승길을 걷는 듯 온전히 걷지 못하고

휘청거려 누군가의 부축을 받아야만 했다.

 

그렇게 몇 송이 국화꽃을 망가트리고

형님을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곳으로 보내드리고

나는 다시 고단한 이승의 

새벽길을 나서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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