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꽃
/ 김별
어쩌면 이미 까맣게 잊었겠지만
지난겨울이 얼마나 혹독했던가요
나는 다리까지 부러져 송장처럼 살았으니
그 혹독했던 겨울보다 더 가혹했던
이번 여름
영원히 계속될 것만 같았던 폭염과 폭우가 놀랍게도
한순간에 끝나버린 어느 아침
알 수 없는 미지의 세계에선 듯
그리움 씨알 하나
민들레 꽃씨처럼 날아와
폐허가 되어버린 내 가슴 사막에
이내 싹을 띄웠습니다.
믿을 수 없는 이 경이로움
감당할 수 없는 성장은 어느새 키 큰 나무가
되어
온몸 가득 온통
꽃입니다.
봄날 놀랍게 피어나던 꽃들보다
더 눈부시고 어여쁜 꽃이
서늘하고 슬프고 떫기까지 한 아픔을
향기로 품고
청옥빛 하늘가에
단풍보다 더 붉은 꽃을 피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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