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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별 ♡ 시인방

한가위

작성자김별|작성시간23.09.29|조회수92 목록 댓글 0

한가위

/ 김별

 

할아버지 계시는 곳도

큰 형님 계신 곳도 풀이 우거져 

가지 못하고

 

작은 형님 계신 곳은 

차가 밀려 가지 못한다.

 

하늘 공원 229-85

부모님 계신 주소인데

길이 멀어서 가지 못한다

 

그런 세월

평생 낯선 곳을 떠돌며 살았기에 

적응도 되었으련만

달구경 대신 

초라히 앉아 술잔을 비우면

 

그리워하는 것도

잊고 싶은 것도

아삼삼 눈에 밟히다가

아름답거나 슬프거나  모질다가

어느새 술병만 비고 마는데

 

이번 명절에는

처음으로 동생이 온다니

구름에 가려졌다 다시 환히 드러나는

달처럼 기쁘고 편안하면 좋으련만

 

나이를 먹을수록 

사는 게 왜 이리 번잡한 지

좋아도 다 좋은 게 아니고

싫은 게 다 싫은 게 아니다

 

바늘방석이라 여기지만

그게 꽃방석이라고

 

가시밭길이라 하지만

그게 꽃길이라고 

스스로 위로하고 위로받으며

 

이내 가슴속엔 수심이 많은 게 아니라 

사랑이 많다고

아리랑 아리랑 아리랑가사도 

혼자소리로 달리 불러보지만

 

눈가를 촉촉이 적시는 게

기쁨인지 슬픔인지

술에 취해 그런지 

마음이 약해져 그런지

이제 구분조차 못하지만

 

꽃버선 신고 

갓 새댁이 된

애물단지들도 온다는데

한가위를 한가위라 해야 하지 않겠는가

 

보름달을 보름달이라 하고

송편을 송편이라 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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