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여자 2 / 김별
꽃으로 피었던 날을 잃고
아파했었던 날이 있었지만
고운 물이 든 실루엣마저 퇴색되어
빈 언덕에 나목으로 선 여자
바람에 흩날리는 머풀러
향기롭던 볼은 차고
이마는 뜨겁지만
장밋빛 입술의 여자
찬비 뿌린 가로수 길을 걷다
창이 넓은 카페에 석고처럼 앉아
노을에 젖는데
어둠에 기댄 등 뒤에서는
내림나장조의 건반 음이 흐르고
젖은 선율을 타고 저문 호수에서 날아오르는 후조
그 모습이 낮달처럼 파리하고
저녁 강변에 해오라기처럼 가여워
눈물이 날만큼 슬프고 아름다운데
첫눈을 기다리는 소녀처럼
혼자만의 비밀을 꿈꾸는 듯
부서지는 머리칼로
다시 바람 속에 서서
몇 번이고 덧칠 한 가을 화폭 속
낙엽비를 맞으며
오지 않는 누군가를 기다리는
진한 코트의 가을 여자
****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