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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별 ♡ 시인방

크리스마스 카드

작성자김별|작성시간23.12.24|조회수145 목록 댓글 1

크리스마스 카드 / 김별

 

나는 어릴 때 교회를 세 번 가보았다.

 

겨우내 몇몇 달을

고구마만 먹고살았던

춥고 가난하던 어린 시절

동네 아이의 손에 이끌려

크리스마스이브 날 교회에 가서

태어나서 처음으로 빵이란 걸 얻어먹었다

크리스마스도

교회도

예수도

하느님도 그때 처음으로 듣고 알았다

 

고등학교 시절

친구 녀석의 시골 동네에 놀러 갔다가

작은 개척 교회에 따라가서

오백 원을 헌금했다

듣기로 그 친구가 목사가 되었다는데

그 후 지금껏 한 번도 만나지는 못 했다

 

그리고 내가 군 입대하기 얼마나 전

술에 취해 우연히 동네 교회에 갔다

그 목사가 오고 가며 내게

전도를 했던 까닭이고

군 복무 중인 둘째 형이 사고를 쳐서

영창에 있다는 소식을 듣고

기도를 부탁하기 위해서였다.

그 형도 지금은 없고

그 동네는 재개발이 되었고

그 작은 교회와 목사도 없다

 

그렇지만 그것도 인연이었을까

나는 교회를 다니지는 않았지만

중학교 시절부터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큰 켄트지와 색색의 속지를 사다가

오리고 붙여 밤새

크리스마스 카드를

정성으로 그리고 만들었다

학교 다닐 때뿐 아니라 군대 시절에도

크리스마스 카드 제작은 계속되어

 

내가 만든 크리스마스 카드가

줄잡아 이천 장이 넘었고

친구들과 전우들은

내 덕을 많이 보았다

 

그 이후 나의 크리스마스 카드 제작은 끝이 났지만

나이 오십 대 때 잠시

소방회사에 다닌 적이 있어

소방시설 입찰 견적을 뽑으러

여러 교회를 다녔는데

그건 온갖 이권이 달린 스트레스였을 뿐

밤새 종이를 오리고

크리스마스 카드를 그리던

어린 시절 같은

즐거움과 행복을 주지는 못했다

 

그 세월 동안

세상만큼이나

내 마음도 화려하게 망가지고 말았을까

청춘의 시절 이후

크리스마스 카드를 더 이상

그리지 않은 건 

크리스마스 카드를 줄 사람이 없어졌기

때문일 것이다

 

별처럼 먼 곳에 있는

그리운 이여

많이 늦은 날에 다시

크리스마스 카드를 한 장 그려

그대에게 보내고 싶건만

사랑하는 마음만으론 이제

크리스마스 카드를 그리고

보낼 수 없어

이 밤 마음만 보냅니다.

 

안녕 내 사랑

안녕 메리 크리스마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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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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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그린솔방울 작성시간 24.01.10 김별님의 어린시절이 흑백사진으로
    그려집니다
    감사히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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