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역사 이야기방

[구운몽] 승상이 되다

작성자이 프란치스코|작성시간23.06.11|조회수34 목록 댓글 0

승상이 되다.

 

이 무렵 양원수는 백록담의 물로 군사를 먹이매, 군사의 사기가 전일과 같은지라, 모두들 한번 싸우기를 원하므로 원수는 모든 장수를 불러 군략을 정하고서 곧 진군화니, 찬보가 바햐흐로 심요연이 보내는 구슬을 받고는 양원수의 군사가 이미 반사곡을 지난 줄로 알고서,

크게 놀라 겁을 내어 나아가 항복하기를 논의할새, 모든 장수들이 찬보를 사로잡아 결박하여 양원수의 전에 이르러 항복하더라.

 

원수가 다시 군사의 행오(行伍)를 가지런히 하고 적의 도성으로 들어가 노략질을 금하고 백성을 보살펴 위로하고, 곤륜산(崑崙山)에 올라가 돌비를 세워 당나라의 위엄과 덕망을 기록하고 군사를 돌려 개가를 부르며 바햐흐로 서울로 돌아올새, 진주(眞州)땅에 이르니 이미 가을이라. 산천이 활량하고 천지가 쓸쓸하며 싸늘한 꽃잎이 애달픔을 빚어내고 날아가는 기러기가 슬픔을 자아내어 사람으로 하여금 객창의 의로움을 더욱 간절케 하더라.

 

원수가 밤에 객사에 드니, 회포는 침울하고 기나긴 밤은 괴괴할 따름이라, 능히 잠을 이루지 못하다가 스스로 생각하되,

고향을 떠난 지 이미 삼 년이라, 어머님의 근력이 전일과 같지 아니하실 터인데, 병구완은 누가 해주며 조석 문안은 어느 때에 하게 될꼬? 난리를 평정하여 오늘 뜻을 이루었으되 노모를 봉양할 마음은 아직도 펴지 못하였으니 사람의 자식된 도리가 아니로다.

하물며 수년 간 국사에 분주하여 아직도 아내를 두지 못하였으며 정씨와 혼인 또한 반드시 기약하기는 어려우리라. 이제 내가 오천리 당을 회복하고 백만 적병을 진압하였으니 천자께서는 필연코 이에 큰 벼슬을 상전으로 내리사 싸움터를 달렸던 이 몸의 수고를 갚으실 터이니, 내 그 벼슬을 도로 바치고 이 사정을 자세히 아뢰어 정씨와의 혼인을 허락하시도록 간청하리라.”

 

생각이 이에 이르매 마음이 적이 풀려 베개를 베고 잠시 조는데, 꿈 속에서 몸이 날아 하늘에 오르매 칠보궁궐(七寶宮闕)의 단청이 찬란하고 오색 구름이 영롱하더니, 시녀 두 사람이 원수에게 아뢰기를,

정소저 원수를 청하나이다.”

 

양원수가 시녀를 따라 들어가니 넓은 뜰에는 꽃이 만발하고 선녀 세 사람이 백옥루(白玉樓 ) 위에 앉아 있는데, 그 복색이 후비(后妃) 같으며 주옥 같은 광채가 눈을 쏘고 바햐흐로 난관에 의지하여 꽃가지를 희롱하다가 원수가 돌아옴을 보고 맞아들이며 좌정한 다음 윗자리의 선녀가 먼저 묻되,

원수께서는 이별한 후 무탈하시나이가?”

 

원수가 자세히 보니 지난 날에 거문고의 곡조를 논의하던 정소저인지라, 놀랍고 기꺼워 말을 건네코저 하다가 도리어 말을 못하니 선녀가 이르기를,

첩 이미 인간계를 이별하고, 천상에서 옛일을 생각하니 슬프고, 첩의 부모를 보시더라도 첩의 소식을 듣지 못하시리라.”

 

하고, 곁에 있는 두 선녀를 가리키며 이르기를,

이 분은 직녀선군(織女仙君)이요, 저분은 대향옥녀(戴香玉女), 원수와 더불어 먼저 좋은 언약을 맺으시면 첩이 의탁할 바 있으리라.”

 

하거늘, 우너수가 두 선녀를 바라보니 말석에 앉은 이는 낯이 비록 있으나 능히 기억지 못하겠더라.

 

이윽고 북소리에 놀라 깨니 이는 바로 일장춘몽이더라. 꿈속 일을 생각하매 모두 길조가 아니므로 이에 스스로 탄식하되,

정낭자는 필연 죽었도다. 계섬월(桂纖月)의 천거와 두련사(杜鍊士)의 중매가 다 월노(月老)의 지시함이 아니요, 가약을 이루지 못하고 이미 유명을 달리 하였으니 명이냐, 하늘이냐? 흉한 것이 도로 길하다 하니 혹시 내 꿈을 이른 말인가?”

 

하더라.

 

성진이 서울에 이르니, 천자께서 위교에 몸소 납시어 맞을실새, 양원수는 봉계자금(鳳係紫金) 투구를 쓰고, 황금쇄자갑옷을 입고, 천 리 대완마를 타고 황제께서 내리신 백모황월(白모黃鉞)과 용봉을 그린 깃발로 전후좌우를 호위하고 찬보를 죄인 수레에 가두어 진 앞에 세우고 토번 삼십 육군의 임금들이 각기 진공하는 물건을 가지고 진 뒤를 따르니 그 기세는 천고에 드문 일이더라.

 

원수가 말에서 내려 머리를 조아리며 뵈온즉 상이 친히 붙잡아 일으키어 그 군공을 이루었음을 권장하시고 곧 조정에 조서를 내리시니, 곽분양의 옛일을 의거하여 땅을 베어주고 왕으로 봉하여 상전을 후히 하시니, 원수는 정성을 드러내어 힘서 사양하며 받지 아니하더라.

상이 그 충성된 뜻을 쫒아 칙지를 내려 양소유로 대승상을 삼고, 위국공(衛國公)을 봉하여 식읍 삼만호를 주시고 그 밖에 상급은 낱낱이 여기에 기록지 못하겠더라.

 

양승상이 황제가 타신 수례를 타고 궐내로 들어가 사은하니, 상이 곧 명하여 태평연을 베풀어 예로 대접하는 은전을 보이시며, 양승상 화상을 기린각에 그리라고 명하시더라.

승상이 대궐에서 물러나와 정사도집에 이르니 정씨 살붙이가 모두들 외당에 모여서 승쇼ᅟᅡᆼ을 맞아 절하며 각기 치하하기에 승상이 먼저 사도와 부인의 안부를 물으니 정십상이 대답하기를,

숙부와 숙모가 비록 목숨은 부지하시나 누이의 상변을 당하신 후로는 병이 나시니 기력이 노쇠하여 능히 외당에 나와 승상을 대하지 못하시기로, 바라건대 승상은 소생과 더불어 내당으로 들어가심이 어떠하시오?”

 

승상이 이토록 갑작스러운 이야기를 들으매 너무도 놀라워, 위급히는 묻지도 못하고, 겨우 한동안 생각에 잠기었다가 정십랑에게 다시 묻기를,

장인이 어느 때 따님의 상변을 보았느뇨?”

 

정생이 대답하되,

숙부모가 무남독녀이옵는데 천도가 무심하여 이 슬픈 지경에 이르시니 어찌 비통치 않겠소이까? 승상은 들어가 보실 때 슬픈 기색은 내지 마옵소서.”

 

승상이 슬피 애통하는 눈물을 비같이 쏟아 옷깃을 적시나, 정생이 위로하되,

승상의 혼약이 금석 같으나 집안의 운수가 불행하여 대사를 이미 그릇치니, 바라건대 승상은 오직 정리를 생각하여 힘써 위로하소서.”

 

승상이 눈물을 뿌려 사례하며 정생과 더불어 내당으로 들어가 사도 내외를 뵈니, 오직 기뻐하며 치하할 다름이요, 소저가 요절한 이야기에는 미치지 아니하므로 승상이 이르기를,

소서가 다행이 나라의 위엄에 힘을 입어 외람되이 공을 봉하는 상전을 받으매 사은하옵고, 또 사사(私事)를 상달하여 황상의 의향을 돌리시게 함으로써 전인의 언약을 이루고자 하였는데, 아침 이슬이 이미 먼저 마르고 봄빛이 또한 저물었으니 어찌 생사에 대한 감회가 없사오리까?”

 

정사도가 눈썹을 한 번 찡그리며 정색한 후에 말을 하되,

오늘은 온 집안이 모여서 경사를 치하하는 날이니, 비창한 이야기는 그만 두도록 하오.”

 

하니, 정쌩이 자주 승상에게 눈짓을 하여 승상이 말을 끝맺고 나아가 화원으로 들어가니 춘운이 섬돌 아래로 내려와 맞아 뵙는지라, 승상이 춘운을 보매 소저를 만나는 것 같아서 슬픈 회포가 더욱 간절하고 눈물이 멎지 아니하니, 춘운이 꿇어앉아 위로하기를,

상공, 상공! 오늘이 어찌 상공께서 서러워 하실 날일 수 있겠나이까? 엎드려 바라오니 상공은 마음을 돌려 눈물을 거두시고 급혀 첩의 말씀을 들으소서. 우리 낭자는 본래 하늘의 신선으로서, 잠시 인간계에 귀양살이로 오신 고로, 하늘에 오르시던 날, 천첩에게 이르기를 너도 몸소 양상서와 인연을 끊고 다시 나를 따르라. 내가 이미 인간계를 버렸거늘 네가 다시 양상서께로 돌아가면 어찌 가히 너와 더불어 서로 떠나리오? 상서께서 조만간 돌아와 만일 나를 생가갛고 슬퍼하거던 모름지기 내 말을 전하여 이르기를, 예폐를 이미 물렸은즉 노상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다름 없으며, 황차 전일 거문고를 들은 혐의가 있다하여 지나치게 생각하고 너무 슬퍼하면 황상의 명을 거역하고 사사로운 정을 따르는 것이니, 이는 죽은 사람에게까지 누를 끼치는 것으로서, 어찌 민망치 아니하리오? 또한 내 무덤에 제사를 지내거나 혹은 궤연에서 곡을 하시면 이는 나를 행실 나쁜 여자로 대접하심이니 지하에서나마 어찌 섭섭한 마음이 없으리오? 그리고 황상이 상서의 돌아옴을 기다려 다시 공주와 혼사를 의논하신다 하는데, 내 들은즉 관저의 위엄과 덕망이 군자의 배필 되기에 합당하다 하니, 국명을 준수하여 죄에 빠지지 아니하심이 나의 바라는 바이라고 하시었나이다.”

 

승상이 이말을 들으매 더욱 서러워 하며 이르기를,

소저의 유언이 비록 이 같으나 어찌 슬픔을 참을 수 있으리오? 열 번 죽어도 그 은덕 갚기 어렵도다.”

 

하며, 이어서 진중의 이야기를 하니, 춘운이 눈물을 흘리며 말하기를,

소저는 반드시 옥경에 계실지니, 승상께서 천추만세 후에 어찌 서로 만나실 기약이 없사오리가? 너무 서러워하시다가 기체를 상하옵니다.”

 

승상이 다시 물어보되,

이 밖에 소저는 다른 말씀이 없었느냐?”

 

이에 춘운이 대답하기를,

비록 혼자하신 말씀이 있사오나, 아무래도 춘운의 입으로는 말씀 드리기 어렵나이다.”

 

승상이 정색을 하며 이르되,

네 들은 바를 감추지 말고 낱낱이 아뢰렸다.”

 

춘운이 여쭙기를,

소저께서 또한 첩에게 이르시기를 내 춘운과 더불어 한몸이니, 상서가 만일 나를 잊지 못하시고 춘운 보기를 나같이 하여 마침내 보리지 아니하시면, 내 몸은 비록 땅 속으로 들어가되, 친히 상서의 은덕을 받는 것이 같으리라 하시었나이다.”

 

승사이 더욱 슬퍼하며 말하되,

내 어찌 춘랑을 버릴 수 있으리오? 하물며 소저의 부탁이 있으니 비록 직녀로 아내를 삼고 복비로 첩을 삼을지라도, 내 맹세코 춘랑을 저바리지는 않으리라.”

하더라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 북마크
  • 공유하기
  • 신고하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