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깊어가는데 / 雪花 박현희
연둣빛 새잎 돋아 푸른 신록을 자랑하던
가로수 은행잎과 단풍 잎사귀
알록달록 색동옷으로 곱게 갈아입기 바쁘게
어느새 소슬한 갈바람에 파르르 떨다가
힘없이 떨구고 이리저리 나뒹굴다
어디론가 흔적도 없이 사라집니다.
내 안에 당신을 담은 가을은
또 이렇게 서서히 깊어만 가고
이미 퇴색될 대로 퇴색되어
빛바랜 하얀 그리움은
떨어져 뒹구는 낙엽처럼 쓸쓸하기 그지없군요.
당신을 사랑하는 일이
길고 긴 인내와 기다림의 시간이기에
이젠 제법 익숙해질 법도 하건만
가슴 한켠을 헤집고 지나가는 허무는
왠지 모르겠습니다.
그리움으로 하루의 문을 열고
또 하루의 문을 닫으니
속절없이 흐르는 세월이 참으로 아쉽기만 하네요.
언젠가 내 그리움이 다하기 전에
우리 서로 손을 맞잡고
당신을 만나서 참으로 행복했노라고
기쁘게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