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앓이(2) / 雪花 박현희
푸르던 잎사귀 낙엽 되어 이리저리 뒹굴다
어디론가 흔적도 없이 흩어지는
쓸쓸한 가을 탓일까요.
아무런 이유 없이 괜스레 우울해지는 까닭을
내 마음인데도 나도 잘 모르겠군요.
누군가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금세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만 같네요.
예민한 감성의 사춘기 소녀도 아니고
지천명을 바라보는 나이인데도
이처럼 감정의 기복이 심하니
인생의 연륜이 쌓인 어른이 되기엔
아직도 난 턱없이 부족한가 봅니다.
다시 또 가을병이 도지는 걸까요.
해마다 맞이하는 가을인데도
이놈의 몹쓸 가을병은
왜 면역도 생기지 않는지 모르겠군요.
만사가 귀찮고 옴짝달싹하기 싫어
가만히 턱 고인 채
그저 흰 구름 두둥실 떠가는
파란 하늘만 멍하니 바라봅니다.
이러다 우울증이라도 걸리면 안 될 텐데
기분 전환할 겸 억새꽃 하얗게 핀 강변을 따라
가을 소풍이라도 다녀와야 할까 봐요.
해마다 가을이면 심한 몸살을 앓듯
올가을에도 어김없이
난 또 이렇게 가을을 앓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