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청객 소낙비 / 雪花 박현희
시커먼 먹구름 갑자기 몰고 와
요란한 천둥번개와 함께
투둑투둑 세차게 몰아치는 소낙비
들에 나가 김을 매던
시골 아낙네의 발걸음을 재촉합니다.
에구 이런 어쩌나!
뚜껑 열어 놓은 된장 항아리며 간장 독에
빗물이라도 들어가면 안 될 텐데
햇볕에 널어 놓은 이부자리며 빨랫감이
모두 흠뻑 젖을 텐데
밭매던 호미 황급히 내동댕이치고
헐레벌떡 집으로 달음질칩니다.
대지를 태울 듯 이글거리는 태양 아래
뜨거운 여름의 열기를 잠시나마 식혀주며
시원스레 쏟아지는 한줄기 소낙비는
들 일하던 아낙의 발걸음을 재촉하는
그리 달갑지 않은 불청객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