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미워요 / 雪花 박현희
해거름에 지친 날개를 접고
보금자리를 찾아드는 비둘기처럼
당신이 내 안에 들어와
사랑의 둥지를 튼 순간부터
단 한 순간도 당신을 잊은 적이 없었어요.
그런데 그리웠노라 보고 싶었노라
끝내 사랑의 말 한마디조차
내게 남기지 않은 채
냉정히 발길을 돌리는 당신은
참으로 야속도 하시네요.
당신 없는 삶은
감히 상상조차 할 수가 없는데
나만 홀로 남겨두고
그리 쉽게 돌아선단 말인가요.
이렇듯 무심한 당신을 놓지 못하고
행여나 다시 내게 돌아와 줄까 봐
길어진 사슴 모가지로
오늘도 손꼽아 당신을 기다리는 나 자신이
한없이 초라하고 바보스럽기 그지없군요.
당신으로부터 단 한 발짝도 달아날 수 없는
사랑의 포로로 만들어 놓고
내게 온통 기다림만 주는 당신이 정말 미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