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순례일지

순례 보고 및 향후 계획

작성자상생21|작성시간22.11.01|조회수132 목록 댓글 0

생명탈핵실크로드 순례 보고 및 향후 계획

2022-10-28 이원영

 

얼마전 김인국 신부님 말씀이, “수원대에서 이원영교수를 짤라(해임시켜) 주었기 때문에 이런 거사가 이루어질 수 있었습니다. 학교측에 감사패를 주고싶군요.” (^^)

 

8200km는 긴 거리입니다. 확률적으로 무사히 걷기가 어려운 거리여서, 안전을 기원해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리고 싶습니다.

세상이 달라졌습니다. 어느 나라나 지구촌화되고 있어서 외지인도 친구로 여기는 분위기입니다.

 

걸으면 아이디어가 많아집니다. 발바닥이 머리 속의 신경도 자극하는 듯합니다.

아마 임마누엘 칸트도 기를 쓰고 산보했을 것입니다.

몇 가지 생각을 정리해봅니다.

 

요즘 지구촌사람들은 한국을 좋아합니다.

첫째 이유는 아시다시피 한류문화입니다. 둘째는 가난했던 나라의 성공담입니다. 한국이 주는 어떤 기대감이 있습니다. 셋째는 촛불혁명과 민주주의입니다.

 

제 생각에는 한국은 공동체 차원의 의사결정능력이 좋은 편입니다. 생존환경이 그러했으니까요. 빨리 결정하고 이를 기준으로 삼는 능력은 다른 나라가 쉽게 따라올 수 없는 부분입니다. 게다가 한국은 많은 분야에서 발전에 가속도가 붙어있습니다. 일정 부분 세계의 리더가 될 수밖에 없는 운명이라고 봅니다.

 

26개 나라를 걸으면서 겪은 바로는, 세상은 아직 기형적입니다. 지금은 권력의 총량이 폭증하고 있는 시대입니다. IT기술등의 발달로 개개인의 파워가 커진데다, 자본권력도 더욱 커졌습니다. 하지만 이를 제대로 다루는 구조가 만들어지지 않았습니다. 나라마다 문제들이 여러 형태로 나타나고 있었습니다. 각자 고민이 다릅니다.

 

그런 가운데, 국민이 직접 주요정책을 의사결정하면서 대의제라는 간접민주주의 결함을 극복하고 있는 나라들도 있습니다. 오스트리아 스위스 독일 이탈리아 뿐아니라 대만도 있습니다. 지구촌 모델입니다.

 

한편, 원전사고로 인해 지구촌 의사결정구조의 개편에 대한 수요는 이미 발생했습니다. 기후위기도 근본대책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석학 제러미 리프킨이 피어 어셈블리(Peer Assembly)라는 시민의회가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대의제의 결함을 극복하려면 시민들이 직접 제도권 의회를 견인해야 한다는 것이죠. 혹자는 이런 직접민주주의가 중우(衆愚)정치로 될 우려를 걱정하지만, 유럽 몇 나라는 이미 시민의회가 활성화 되었습니다. 한국도 이 대열에 합류할 수 있지요. 한국에서 성공하면 지구촌에 전파가 쉽습니다.

이번에 무엇보다 달라이라마 존자와 바르톨로메오스 성하 두분을 알현한 것이 큰 수확입니다. 이번에 로마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못 뵈었지만, 아직 진행형입니다. 언젠가는 알현할 것입니다. 그 후 해야 할 일 가운데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미리 해두고자 합니다.

 

그것은 유엔을 위시한 지구촌 운영의 시스템을 구조조정 하는 일입니다. UN이라는 게 국가권력의 집합체인데, 개별 국가라는 존재도 대체로 자본권력에 의해 지배를 받고 있고, 그나마도 미국이 압도적인 힘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지금의 UN만의 운영체제는 기형적입니다. 지구가 하나뿐인 존재임에도 그 운영의 합리성은 대폭 결여되어 있습니다. 인류는 아직 핵과 원전 주도세력이 득세하고 있습니다. 최근 RE100이 경제적 분위기를 바꾸고 있지만, 대부분의 영역은 1950년대 체제 그대로입니다.

 

가령 IAEA(국제원자력기구)나 ICRP(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는 WHO(세계보건기구)보다 상위에 위치하면서 방사능위험과 관련해서는 지배적이고 독점적인 기준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정치역학적 질서가 과학에 우선하고 있는 것이 지구촌의 현실이지요.

 

그로 인해 인류는 근본적인 위험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최근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전사례를 보십시오. 그동안 사고의 중대 원인이었던 기계결함, 관리부실, 자연재해에 이어 테러나 전쟁에 의해 방사능이 지구를 뒤덮을 수 있습니다. 농사와 먹거리의 오염건강을 위협하는 것은 물론이고, 온갖 생명들이 절멸되는 과정에서 먹이사슬의 방사능누적에 의해 인류 또한 생존이 위험합니다.

 

한국은 더 심각합니다. 경제만 하더라도 동남해안 어디에고 중국 광동성 원전 수준의 방사능 누출만 되어도 경제가 거덜 납니다. 하루빨리 손절해야 합니다. 우리는 대안을 찾을 능력이 있습니다.

 

이제 모두들 유엔의 한계에 대해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바꿀 거냐? 비행기가 좌우의 날개로 날 듯이, 가정에도 부모가 아이를 돌보듯이, 모든 옷감은 씨줄과 날줄로 짜여있듯이, UN에 대해 대등한 민중적 에너지의 연합체가 필요합니다.

 

상호보완적이면서도 견제할 수 있는 그런 존재가 필요한 것이죠. 즉 쌍두마차가 필요한 것입니다. 한 마리의 말위에 있으면 낙마의 위험이 크지만, 쌍두마차의 바퀴는 안전한 좌석을 마련해줄 수 있습니다. 지구촌은 쌍두마차로 운영되어야 합니다. 민중으로부터 존경받는 종교계 리더는 그 구심점이 될 수 있습니다.

 

코로나19로 2년간 쉬는 동안에 원전위험공익정보센터(PRCDN)와 한국탈핵에너지학회(KSNP)가 출범했습니다. 지금 매월 웹진이 나오고 있지요. 이 두 단체는 나중에 지구촌에 본격적인 민중적 연합체가 출범할 때 실무적인 일을 돕는 역할을 할 것입니다. 내년 2월이 정년인 저는 이 두 단체를 힘을 다해 돕고자 합니다.

 

그동안 걸었던 이야기는 지금 한겨레:온과 불교닷컴에 생명탈핵실크로드라는 이름으로 연재되고 있습니다. ‘시속 4km의 관광열차’를 타고 천천히 볼 수밖에 없었기에 그 모든 장면들이 영화필름처럼 하나하나 떠오르고 있습니다. 즐감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 북마크
  • 공유하기
  • 신고하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