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악양루登岳陽樓 악양루에 올라 / 두보杜甫
석문동정수昔聞 洞庭水 예로부터 들어오던 동정호 맑은 물
금상악양루今上岳陽樓 오늘에야 악양루에 올라 보노라
오초동남탁吳楚東南坼 오나라 초나라 동남으로 갈라졌고
건곤일야부乾坤日夜浮 일월은 밤낮으로 물 위에 떠 있어라
친붕무일자親朋無一字 친척과 벗들은 한 자 소식도 없는데
노병유고주老病有孤舟 늙어서 병든 몸 외딴 배에 실렸노라
융마관산북戎馬關山北 관산의 북쪽엔 전란이 계속되매
빙헌체사류憑軒涕泗流 난간에 기대어 눈물을 흘리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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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악양루탄관산융마登岳陽樓嘆關山戎馬 / 석북石北 신광수申光洙(1712숙종38~1775영조51)
추강적막어룡냉秋江寂寞魚龍冷 가을 강은 적막하여 물고기도 차고
인재서풍중선루人在西風仲宣樓 사람은 중선루 가을바람 속에 있다
매화만국청모적梅花萬國聽暮笛 모든 나라에 매화곡 저녁 피리소리 들으며
도죽잔년수백구桃竹殘年隨白鷗 남은 세월 도죽장 짚으며 백구를 따르노라
오만낙조의함한烏灣落照倚檻恨 검은 만 석양을 난간에 기대어 원망하노니
즉북병진하일휴卽北兵塵何日休 가까운 북쪽 병사들의 먼지는 언제나 멈출건가
춘화고국천루후春花古國天淚後 옛 나라의 봄꽃은 하늘 눈물 뒤요
하처강산비아수何處江山非我愁 강산 어드메가 내 수심 아닐런가
신포세류곡강안新浦細柳曲江岸 곡강 기슭 신포의 가는 버들이여
옥로청풍기자주玉露淸風夔子州 기자주에는 옥 같은 이슬과 맑은 바람이로다
청포일상만리선靑袍一上萬里船 청포입고 만리선에 한번 오르니
동정호여천파시洞庭湖如天波始 동정호는 하늘 호수의 시작 일러니
무원초색칠백리無遠草色七百里 풀빛도 없는 아득한 칠 백리
자고고루호상부自古高樓湖上浮 예부터 높은 누각 호수 위에 떠 있더니
추성사의낙목천秋聲乍倚落木天 가을 소리 문득 낙엽 지는 계절이라
안력초궁청초주眼力初窮靑草洲 눈 힘이 비로소 떨어지니 청초주요
풍연조일만안래風煙兆一滿眼來 바람안개는 눈 가득 오는 조짐 하나라
불행강남표박유不幸江南漂泊遊 불행이도 강남에 정처 없이 떠돌아다니며
중원기처전고다中原幾處戰鼓多 중원 몇 곳에 전쟁의 북소리 겹치니
신보선위천하우臣甫先爲天下憂 신 두보는 먼저 천하를 근심 하건만
청산백수과부곡靑山白水寡婦哭 푸른 산 맑은 물에 과부가 우는 구나
동숙포도호마추茼蓿葡萄胡馬啾 쑥갓 거여목 포도 북방 말 시끄러운 소리
개원화조쇄수령開元花鳥鎖繡嶺 개원 시절 꽃과 새는 수놓은 듯 봉우리에 잠겨있고
루청강남홍두수淚聽江南紅荳䜔 눈물로 듣는 강남 홍두 이야기
소소고도부백만蕭蕭孤棹浮白灣 쓸쓸히 외로운 배는 흰 만에 떠있고
모년생애운협주暮年生涯云峽舟 늘그막 인생은 골짜기의 배로다
서원오죽초습소西園烏竹焦拾逍 서쪽 정원의 오죽은 애태워 주워 노닐고
초호상침여백두楚戶霜砧餘白頭 초 땅의 집은 이슬 맞은 다듬잇돌 하얀 머리만 남았다
부평천지차루고浮萍天地且樓高 부평 천지에 잠깐 누각에 오르니
난대비초수풍진亂代悲楚囚風塵 어지러운 시대 슬픈 초나라는 풍진에 갇혔구나
제매루욕건호해弟妹淚欲乾湖海 형제자매 눈물은 호수와 바다를 말리고
친붕서불투서경親朋書不投西京 사랑하는 벗들 편지는 서경으로 가지 않는다
만사변기장북망萬事變棋場北望 모든 일은 변화무쌍한 바둑 마당 북쪽을 바라보고
황옥평안불파릉皇屋平安不巴陵 황궁의 평안은 파릉이라 아닌데
파릉춘주불성취巴陵春酒不成醉 파릉의 봄 술은 취하지 않는구나
금낭무심풍물수錦囊無心風物收 비단 주머니에 무심히 풍물을 거두니
조종강한차하지朝宗江漢此何地 양자강과 한수의 조종은 이 어떤 땅이던가
등한소상루하류等閒瀟湘樓下流 서로 사이가 멀어지는 소강과 상강은 누각 아래로 흐른다
교룡재수호재산蛟龍在水虎在山 교룡은 물에 있고 호랑이는 산에 있는데
청쇄조반년기주靑瑣朝班年幾周 궁궐에서 조회하던 일이 두루 몇 년인가
군산원기망창변君山元氣莾蒼邊 푸르게 우거진 부근 군산의 원기건만
일렴사양불만구一簾斜陽不滿鉤 한 발 비낀 볕은 고리에도 차지 않는구나
삼성초원환수생三聲楚猿喚愁生 세 마디 초나라 원숭이 외침이 근심을 일으켜
안천경화의두우眼穿京華倚斗牛 북두칠성과 견우성을 좇아 번화한 서울 쪽을 눈이 뚫어지게 바라본다
어룡魚龍 ; 물속에 사는 동물을 통틀어 이르는 말
표박漂泊 ; 정처 없이 떠돌아다님, 방랑함, 유랑流浪.
개원開元 ; 당唐 현종玄宗 연호年號
수䜔 ; 남의 말을 따르다
초焦 ; 그을리다, 애태우다
拾 ; 주을 습, 열 십, 오를 섭, 번갈아 겁.
조종朝宗 ; 강물이 바다로 흐르는 것을 비유 한 말. 제후가 천자를 알현하던 일.
등한等閒 ; 서로 사이가 멀어짐, 등한等閑
청쇄靑瑣 ; 대궐문, 궁문. 한漢나라 때 궁문에 쇠사슬 같은 모양을 새기고 푸른 칠을 했으므로 이름.
서도지방의 영시詠詩 또는 율창律唱이라고도 하는 시창詩唱의 하나. 조선 영조 때 석북石北 신광수申光洙가 과거에 제출한 공령시功令詩이다. 칠언절구로 된 한시漢詩에 38구의 한글토를 달아서 부른다.
모두 19절이며 원시의 안팎 1구를 1절로 삼는데, 제 2 절 이하의 선율은 제 1 절의 반복이다. 규칙적인 장단을 가지고 있지는 않으나, 대개 6박의 도드리 형태와 비슷하다. 내용은 당唐나라 시인 두보杜甫가 유랑하다가 악주岳州의 악양루岳陽樓에 오른 일을 읊은 것이다. 중요무형문화재 제29호